[풍경소리]네트워크와 인간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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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네트워크와 인간의 진화

정용도 미술비평가

  • 승인 2020-02-24 17:46
  • 신문게재 2020-02-25 23면
  • 김소희 기자김소희 기자
정용도 미술비평가
정용도 미술비평가
21세기 인간은 네트워크의 그물망 안에서 생활한다. 일상의 인터넷과 휴대폰이 그렇고 이들 하드웨어를 통해 엄청나게 소통되고 있는 정보들이 우리 삶의 질적인 내용들을 결정하는 퍼센테이지가 아주 많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네트워크적인 존재로서의 인간 진화의 방향은 부인할 수 없는 21세기적인 인간조건의 화두가 되기 시작했다.

기본적으로 사회화라는 의미는 사람들과의 자연스런 소통을 기반으로 인적인 네트워크를 만들어 내는 능력치에 대한 평가이다. 이것을 오프라인에서의 사건 창출 능력이라고 한다면, 온라인에서의 소통능력 또한 21세기 네트워크적인 인간의 사회화 능력의 또 다른 중요한 기준이 되어가고 있다.

흔히 21세기를 플랫폼 문화라고 말한다.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서로 온라인을 통해 정보를 주고받으며 소통하는 행위가 오프라인에서의 소통 행위를 포용하는 커뮤티티를 만들어 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네트워크적인 소통의 기반에는 플랫폼의 역할이 중요하다. 알다시피 플랫폼은 아무것도 소유하거나 머무르게 하지 않지만 모든 것이 모여들고 소통되도록 만드는 허브의 역할을 하는데, 네트워크를 통해 소통되는 정보들이 그 가치를 상승시키기 위해서는 뛰어난 플랫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오프라인의 대표적인 플랫폼은 인천공항과 같은 시설이고 온라인에서는 다양한포탈들이 그 역할을 할 것이다.

미국의 페미니스트 사회학자 헤러웨이(Donna J. Haraway)는 이미 1960년대에 여성의 미래적인 모습에 관해 논하면서 사이보그적인 존재로 정의한다. 그녀가 말하는 사이보그는 여성도 남성도 아닌 중성적인 존재이다. 인간의 몸에 기술을 이식해 남녀 간의 힘이나 지능의 차이에 관한 가부장적인 차별을 원천적으로 무화시켜버리는 존재로서의 사이보그를 주장한다. 이런 사이보그적인 존재들이 어쩌면 물리적 정신적으로 능력의 한계를 극복한 보편적인 인간의 미래 모습일 수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AI)은 사이보그의 인간적인 진화, 인간의 네트워크적인 진화의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인공지능이 추구하는 것은 인간과 동등한 지능 활동, 혹은 인간 지능의 수준을 넘어서는 초천재 수준의 기술적 판단과 능력이 필요한 작업에 활용할 수 있는 미지의 차원을 개척하는 것이다. 사실 인공지능이 만들어낼 수 있는 수준은 이전까지 한 번도 성취되었던 적이 없기에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이것이 두려움과 희망이 공존하는 이유이다.

어쨌든 현재 한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전통적인 제조업을 뛰어넘어 기술 산업의 영역으로 넘어가고 있다. 미국의 구글이 지향하는 기업의 비전은 인공지능과 관련되어 있고 자동차 기업인 테슬라는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의 활용에 관련된 기업이다. 테슬라가 생산하는 전기자동차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하여 주변 환경에 대한 정보를 취득하고 인공지능을 통해 인간과 유사한 지능적인 판단을 한다. 현대인에게 휴대폰과 마찬가지로 자동차는 생활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하지만 20세기 초 포드자동차에 의해 대중화되기 시작한 이후로 기계적인 하드웨어적 발전은 지속되어 왔지만 네트워크를 통해 서로 소통하는 소프트웨어적인 비전을 심어 놓은 자동차는 테슬라에 의해 실현되기 시작했다. 이것이 디지털 소통의 세계를 열었던 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마찬가지로 테슬라의 엘론 머스크가 평가를 받는 이유이다.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모두 네트워크 기술의 진보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그리고 네트워크의 특성은 정보의 소통과 공유로 요약될 수 있다. 21세기의 인간들은 앞서 언급했던 사이보그적인 존재처럼 기술을 활용하고 기술과 소통하면서 더욱 강력한 네트워크적인 존재로 진화해 갈 것이다. 정용도 미술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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