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午砲(사이렌) 이야기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기고]午砲(사이렌) 이야기

윤경식 대전시 비상대비과장

  • 승인 2020-03-13 18:21
  • 신문게재 2020-02-28 20면
  • 박태구 기자박태구 기자
윤경식 과장님 2 copy
"♬기미년 삼월일일 정오 ● 터지자 밀물 같은 대한 독립 만세●"

삼일절 노래에서 우리는 지금은 사라져서 박물관에나 가야 볼 수 있는 오포를 만나 볼 수 있다.

삼일절 노래에 나오는 "터지자"는 "오포가 터지자"의 줄임말이다.

기미년은 시계가 흔하지 않았던 시절이었고 만세운동을 하려면 모두가 알 수 있도록 약속을 해야 했다. 약속시간으로 잡은 것이 3월 1일 정오였고 터지는 오포 소리에 맞춰 3.1운동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오포(午砲)라고 하면 "오포가 뭐지?"하고 생소한 분들도 많을 것이다. 오포는 일종의 시보(時報)로 1884년 고종의 명에 따라 오정(午正), 인정(人定), 파루(罷漏)에 포를 쏘게 하였는데 오정(午正)에 헛대포를 터트려 시간을 알렸다고 하여 오정포(午正砲)라고 하였으며 줄여서 오포라고 불렀다.

1910년 조선통감부가 우리의 11시를 일본의 12시에 맞춰 정오로 하고 오포를 쏘아 시간을 알렸다. 이때부터 우리나라의 표준시가 1시간 앞당겨 지게 됐으며, 현재에도 동경 135도를 표준시로 채택하여 사용하게 됐다. 1924년 경성의 오포는 모터식 사이렌으로 바뀌었으며 오늘날의 경보사이렌으로 발전하게 됐다. 사이렌으로 바뀐 후에도 여전히 오포라는 말을 사용했다.

오포대신 사용하게 된 사이렌은 1819년 프랑스의 물리학자 C. C. 라투르에 의해 발명됐고, 어원은 그리스 로마 신화의 요정 "세이렌(Seiren)"이 영어식으로 사이렌(Siren)이 되었다고 하며, 스타벅스 로고에 그려져 있는 여성의 모습이 세이렌의 모습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방이후 1945년 9월 8일 인천에 상륙한 미군정청은 미군정의 치안유지 편의를 위해 서울과 인천에 야간통행금지를 실시했으며, 남북분단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전국으로 야간통행금지가 확대됐고 자정부터 새벽 4시까지 일반인의 야간통행금지 시작을 알리기 위하여 사이렌을 사용했다.

야간통행금지 사이렌 소리는 1982년 1월 5일 야간통행금지가 해제되면서 37년 만에 사라지게 됐다.

우리 대전시는 1976년 대전경찰서에서 민방공 경보시설 사이렌 3개소를 인수 받아 사용하게 됐고, 1990년 대전직할시 민방공경보통제소 운영 규정 제정으로 민방공경보통제소를 개소하게 되면서 본격적인 경보업무를 시작하게 됐다. 이후 현대화사업 등을 통하여 오늘날의 민방위경보통제소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경보(警報) 사이렌이란?" 어떤 위험을 알리는 외침이다. 소리의 높은음과 낮은음을 번갈아 사람들의 청각을 집중시켜 긴박함을 알리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 적의 공격이나 공습을 가상하여 경보사이렌을 울리고 차량통제나 주민 대피를 위한 민방위훈련을 매월 실시했으나, 최근에는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훈련의 규모와 횟수를 줄이고 지진 등 대형재난을 가상하여 훈련을 하고 있기 때문에 사이렌 소리를 듣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또한, 사이렌도 기술의 발달에 따라 모터식에서 앰프식으로 바뀌었으며 사이렌뿐만 아니라 음성방송으로 산불방지, 물놀이 사고 예방, 태풍피해 예방 등 재난?재해 예방 홍보방송에도 활용되고 있다.

우리시에서는 54개소의 경보사이렌을 운영하고 있으며 난청지역 해소와 유지관리를 위해 매년 경보사각지역 해소사업과 노후장비 교체사업을 통하여 만일에 있을지도 모를 민방위사태 및 재난상황을 대비하고 있다.

또한, 3월 1일부터는 산림인접지역의 경보사이렌 12개소를 활용하여 산불예방을 위한 홍보방송을 실시할 계획이다. 방송이 나오게 되면 소음으로 인한 불편도 다소 있겠지만 소음으로 인식하지 말고 기미년 삼월일일 그날의 오포소리처럼 시민의 안전과 행복을 지키기 위한 외침으로 너그럽게 이해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윤경식 대전시 비상대비과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충남대, 공주대와 통합 관련 내부소통… 학생들은 반대 목소리
  2. 갑작스런 비상계엄령에 대전도 후폭풍… 8년 만에 촛불 들었다
  3. [사설] 교육공무직·철도노조 파업 자제해야
  4. 계엄 선포에 과학기술계도 분노 "헌정질서 훼손, 당장 하야하라"
  5. 충남도, 베이밸리 메가시티 추진 속도 높인다
  1. 철도노조 파업 예고에 따른 열차 운행조정 안내
  2. [사설] 어이없는 계엄령, 후유증 최소화해야
  3. 대전·충남 법조계, "비상계엄 위헌적·내란죄 중대 범죄" 성명
  4. 전교조 대전지부 "계엄 선포한 윤석열 정부야말로 반국가 세력"
  5. 윤 대통령 계엄 선포 후폭풍

헤드라인 뉴스


韓 “계엄 옹호 않지만, 탄핵안 통과 안돼… 탈당은 재차 요구”

韓 “계엄 옹호 않지만, 탄핵안 통과 안돼… 탈당은 재차 요구”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5일 “국민과 지지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통과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위헌적인 계엄을 옹호하려는 건 아니라고 강조하면서 윤 대통령의 탈당을 재차 요구했다. 한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이미 어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고 국민께서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국민의 삶은 나아져야 하고 범죄 혐의를 피하기 위해 정권을 잡으려는 세력은 또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 대표로서 이번 탄핵은 준비 없는 혼란으로 인한 국민과 지지..

대전시, 연말에도 기업유치는 계속된다… 7개 사와 1195억원 업무협약
대전시, 연말에도 기업유치는 계속된다… 7개 사와 1195억원 업무협약

대전시는 4일 시청 중회의실에서 국내 유망기업 7개 사와 1195억 원 규모 투자와 360여 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협약식에는 이장우 대전시장과 정태희 대전상공회의소 회장을 비롯해 ▲㈜아이스펙 한순갑 대표 ▲㈜이즈파크 정재운 부사장 ▲코츠테크놀로지㈜ 임시정 이사 ▲태경전자㈜ 안혜리 대표 ▲㈜테라시스 최치영 대표 ▲㈜한밭중공업 최성일 사장 ▲㈜한빛레이저 김정묵 대표가 참석했다. 협약서에는 기업의 이전 및 신설 투자와 함께, 기업의 원활한 투자 진행을 위한 대전시의 행정적·재정적 지원과 신규고용 창출 및 지역..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야 6당이 4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빠르면 6일부터 표결에 들어갈 수도 있으며 본회의 의결 시 윤석열 대통령은 즉시 직무가 정지된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은 이날 오후 2시 43분쯤 국회 의안과를 방문해 탄핵소추안을 제출했다. 탄핵소추안 발의에는 국민의힘 의원을 제외한 6당 의원 190명 전원과 무소속 김종민 의원(세종갑)이 참여했다. 탄핵안에는 윤 대통령이 12월 3일 22시 28분 선포한 비상계엄이 계엄에 필요한 어떤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음에도 헌..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철도노조 파업 예고에 따른 열차 운행조정 안내 철도노조 파업 예고에 따른 열차 운행조정 안내

  •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 계엄령 선포부터 해제까지… 충격 속 긴박했던 6시간 계엄령 선포부터 해제까지… 충격 속 긴박했던 6시간

  •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2차 공공기관 이전 등 충청현안 초비상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2차 공공기관 이전 등 충청현안 초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