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절 노래에서 우리는 지금은 사라져서 박물관에나 가야 볼 수 있는 오포를 만나 볼 수 있다.
삼일절 노래에 나오는 "터지자"는 "오포가 터지자"의 줄임말이다.
기미년은 시계가 흔하지 않았던 시절이었고 만세운동을 하려면 모두가 알 수 있도록 약속을 해야 했다. 약속시간으로 잡은 것이 3월 1일 정오였고 터지는 오포 소리에 맞춰 3.1운동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오포(午砲)라고 하면 "오포가 뭐지?"하고 생소한 분들도 많을 것이다. 오포는 일종의 시보(時報)로 1884년 고종의 명에 따라 오정(午正), 인정(人定), 파루(罷漏)에 포를 쏘게 하였는데 오정(午正)에 헛대포를 터트려 시간을 알렸다고 하여 오정포(午正砲)라고 하였으며 줄여서 오포라고 불렀다.
1910년 조선통감부가 우리의 11시를 일본의 12시에 맞춰 정오로 하고 오포를 쏘아 시간을 알렸다. 이때부터 우리나라의 표준시가 1시간 앞당겨 지게 됐으며, 현재에도 동경 135도를 표준시로 채택하여 사용하게 됐다. 1924년 경성의 오포는 모터식 사이렌으로 바뀌었으며 오늘날의 경보사이렌으로 발전하게 됐다. 사이렌으로 바뀐 후에도 여전히 오포라는 말을 사용했다.
오포대신 사용하게 된 사이렌은 1819년 프랑스의 물리학자 C. C. 라투르에 의해 발명됐고, 어원은 그리스 로마 신화의 요정 "세이렌(Seiren)"이 영어식으로 사이렌(Siren)이 되었다고 하며, 스타벅스 로고에 그려져 있는 여성의 모습이 세이렌의 모습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방이후 1945년 9월 8일 인천에 상륙한 미군정청은 미군정의 치안유지 편의를 위해 서울과 인천에 야간통행금지를 실시했으며, 남북분단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전국으로 야간통행금지가 확대됐고 자정부터 새벽 4시까지 일반인의 야간통행금지 시작을 알리기 위하여 사이렌을 사용했다.
야간통행금지 사이렌 소리는 1982년 1월 5일 야간통행금지가 해제되면서 37년 만에 사라지게 됐다.
우리 대전시는 1976년 대전경찰서에서 민방공 경보시설 사이렌 3개소를 인수 받아 사용하게 됐고, 1990년 대전직할시 민방공경보통제소 운영 규정 제정으로 민방공경보통제소를 개소하게 되면서 본격적인 경보업무를 시작하게 됐다. 이후 현대화사업 등을 통하여 오늘날의 민방위경보통제소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경보(警報) 사이렌이란?" 어떤 위험을 알리는 외침이다. 소리의 높은음과 낮은음을 번갈아 사람들의 청각을 집중시켜 긴박함을 알리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 적의 공격이나 공습을 가상하여 경보사이렌을 울리고 차량통제나 주민 대피를 위한 민방위훈련을 매월 실시했으나, 최근에는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훈련의 규모와 횟수를 줄이고 지진 등 대형재난을 가상하여 훈련을 하고 있기 때문에 사이렌 소리를 듣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또한, 사이렌도 기술의 발달에 따라 모터식에서 앰프식으로 바뀌었으며 사이렌뿐만 아니라 음성방송으로 산불방지, 물놀이 사고 예방, 태풍피해 예방 등 재난?재해 예방 홍보방송에도 활용되고 있다.
우리시에서는 54개소의 경보사이렌을 운영하고 있으며 난청지역 해소와 유지관리를 위해 매년 경보사각지역 해소사업과 노후장비 교체사업을 통하여 만일에 있을지도 모를 민방위사태 및 재난상황을 대비하고 있다.
또한, 3월 1일부터는 산림인접지역의 경보사이렌 12개소를 활용하여 산불예방을 위한 홍보방송을 실시할 계획이다. 방송이 나오게 되면 소음으로 인한 불편도 다소 있겠지만 소음으로 인식하지 말고 기미년 삼월일일 그날의 오포소리처럼 시민의 안전과 행복을 지키기 위한 외침으로 너그럽게 이해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윤경식 대전시 비상대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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