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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수 지음│삶창
"아 씨, 냄새가 심하면 알아서 걸어 올라가든가. 왜 남들 피해 주면서 엘리베이터를 타는데?"
마스크 학생은 얼굴을 잔뜩 찡그리면서 다시 시비조로 말을 이었다.
"어? 젊네? 다 할배들이던데? 젊은 사람이 쓰레기나 치우고…. 인생 참 알 만하다."
마스크 학생의 말은 혐오에 가까웠다. 상대방에게 평생 상처가 될 막말을 아무 생각 없이 지껄이는 그가 대학생이 맞나. -본문 중에서
『유령들-어느 대학 청소노동자 이야기』의 저자는 자신을 기록노동자라고 칭한다.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이들에 대한 글을 쓰는 이유는 '수학 공식처럼 단순명료하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이 조금 더 행복해지길 바라는 마음이 있다.
저자가 청소노동자에 대해 글을 쓰기로 마음먹은 건 어느 날 대학 교정에서 본 닭장차 때문이었다. 운동권 학생회장이나 비리 이사장을 떠올렸던 그는 닭장차가 '아줌마'들을 연행해달라는 요청 때문에 온 걸 알게 됐다. 그는 순간 몸이 굳어버렸다고 회상한다.
그날의 닭장차는 그에게 청소노동자의 삶을 들여다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을 것이다. 직접 청소노동자가 돼 기록을 남기고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건, 평범한 청소노동자가 조금 더 행복해 지는 길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저자는 청소노동자의 근무 형태, 식사 현실, 휴게실의 역할 등등을 촘촘히 깔아 둔 상태에서 그들이 민주노조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한 땀 한 땀 바느질하듯 기록해 나간다. 저자의 주관적 관점이 개입돼 있다고는 하나 몸소 경험한 사실을 바탕으로 하기에 지루하지 않다.
책은 허튼 희망이나 주관적인 의지를 남기기도 않는다. 어쩌면 일종의 '패배의 기록'인데 그게 암울하지 않은 것은, 무엇보다 대학 청소노동자들의 삶 그 자체 때문이기도 하다. 이 기록은 대학의 민주노조가 대학과 용역 업체의 끈질긴 파괴 공작으로 소수파가 되어버리고 나서 끝을 맺는다. 그러나 '자신들이 ㄱ대에서 청소 노동을 하고 있는 한 현실은 언제든 변할 수 있다'는 낙관의 피력은, 노동자의 현실을 기록하면서 쉬 따라오기 마련인 공연한 비극적 감정을 넘어선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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