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중산층 지식인 계급의 삶이 보여주는 1980년대 영국사회의 단면 '찬란한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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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중산층 지식인 계급의 삶이 보여주는 1980년대 영국사회의 단면 '찬란한 길'

마거릿 드래블 지음│가주연 옮김│문학과지성사

  • 승인 2020-02-20 12:31
  • 박새롬 기자박새롬 기자
찬란한 길
 문학과지성사 제공


찬란한 길

마거릿 드래블 지음│가주연 옮김│문학과지성사



1979년의 마지막 날, 그리고 "10년을 마감하는 마지막 순간." 케임브리지 출신 정신과 의사 리즈가 런던의 부촌에서 이 세상을 축소해놓은 듯 각계 각층의 인사들을 초청해 "1970년대에 작별을 고하"는 파티를 열고, 북부 지역 시골 노썸에서는 리즈의 동생 셜리가 정신적 문제가 있는 어머니와 시가 가족들을 챙기고 있다.



1987년에 발표된 마거릿 드래블의 『찬란한 길The Radiant Way』은 『타고난 호기심A Natural Curiosity』 『상아의 문The Gates of Ivory』으로 이어지는 1980년대 영국을 그린 3부작의 첫 소설로, 1980년에서 1985년까지 영국의 시대상을 보여준다.

1979년은 마거릿 대처가 총리가 된 해이다. 그리고 영화 「풀 몬티」 「빌리 엘리어트」에서 그려지듯 1980년대 영국은 실업과 파업으로 노동자 계급에게 고난의 시대이다. 1979년부터 약 11년 반 동안 집권한 대처는 신자유주의와 뉴라이트라는 기치 아래 집권 당시 '유럽의 환자'라고까지 불렸던 영국을 탈바꿈시켰다. 대처의 정책은 일견 급진적이고 개혁적이었으나, 소수자나 약자에 대한 고려 없이 강경한 태도로 일관한 방법은 동시대를 살았던 누군가에게는 절망이기도 했다. 『찬란한 길』은 중산층 지식인 계급의 삶을 들여다봄으로써 당시 사회의 단면을 포착한다.

제목 '찬란한 길'은 반어적인 표현이다. '찬란한 길'은 영국 어린이들이, 그리고 공부로 자신의 계급을 탈출한 리즈가 처음 글을 배운 입문서의 제목이자, 리즈의 남편 찰스가 제작한 1960년대의 진보적 이상주의를 압축한 다큐멘터리의 제목이다. 그러나 이를 바탕으로 성공한 찰스는 보수파의 비판자에서 옹호자를 넘어 화신이 됐다. 이 제목은 마치 리즈의 교육적, 직업적 성취를 가능케 했던 진보적 이념의 종말을 반어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대처의 업적이 쌓인 80년대가 한편으로는 빈부격차를 극대화하고 '완전고용, 복지국가'를 추구하던 영국의 문화를 깼다는 것이 이 작품의 시각이다. 이는 21세기 초입의 우리의 사회에도 시사하는 점이 많다. 마거릿 드래블은 각기 다른 욕망과 성향을 가진 세 여성의 삶과 고뇌를 통해 이 상황을 보여준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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