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우 배재대학교 교수 |
생텍쥐베리의 <어린왕자>에서 보면 이런 말이 있다. "당신이 오후 4시에 온다면 난 3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어린왕자에 나오는 대사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나에게도 이런 행복한 마음이 있었고 매 순간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느끼지 못할 뿐이지 어쩌면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마음이 다소 무뎌지긴 했지만, 아직도 내게는 유효한 말이고 그런 시절을 보내고 있다. 젊은 날에는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꽃 가슴으로 울었고 지금은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짠한 가슴을 보고 울었다.
지나간 사랑의 그리움보다 함께했던 마음이 잊혀져 가는 것이 더 가슴이 아프다. 세월은 흘러가는 물길과 같다.
나의 배는 세월의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는 거친 동력을 필요치 않는다. 그저 물과 같이 흘러갈 뿐인가 보다. 그렇지만 그 세월 속에서 저 멀리 산책 나온 그리움에게 손을 흔들어 주고 반겨주고 싶다. 그때는 내 손에 꽃다발이 있을까? 그러고 보면 나는 무슨 계획을 하고 추진을 하겠다고 결정 내리면 예정된 시간보다 서두르고 준비한다.
당신이 오후 4시에 온다 해도 나는 오후 3시부터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전날부터도 기다리면서 일을 하다 보니 내게 붙는 말 중에 '추진력이 좋다'다.
그 말 또한 빨리 행동하고 일을 하는 성격이다 보니 일을 빨리 시작하고 준비하는 마음으로 대비하는 데는 좋다.
지난 4년 동안 미술협회 회장으로서 대학교수로서 지낼 수 있었던 것도 이렇게 형성된 내 마인드에 있었을 것이다.
산다는 것은 새로운 일을 겪는 것이리라. 경험하지 못했던 일을 만나는 시간일 테고 힘든 것도, 기쁜 일도, 괴로운 것도 슬픈 일도 살다 보면 기쁨보다 마음 아픈 일이 더 많은 법이다.
기쁜 일은 쉽게 지나가지만 다친 마음은 나이가 들수록 오히려 오래가는 걸 아직도 살아있다는 증거라면서 자족해야 하는 걸까?
아니 인지하는 순간 <어린왕자>를 생각하면서 나를 끊임없이 되돌아보련다. 그림도 인생도 단순하게 살고 싶다.
지난 2월 3일에는 새로운 대전 미술협회 회장의 취임식이 있었고 함께 이임식도 거행했다. 좋은 모습으로 좋은 분위기에서 마무리할 수 있었던 점에 감사하다.
18대 미술협회장으로 지내면서 많은 일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신입 회원들이 많이 입회했고 새로운 틀도 생겨갈 수 있는 변화도모를 시도할 수 있다는 점에 마음이 좋다. 시기적으로도 어려운 미술시장에서 미술협회가 발전할 수 있도록 회장은 애써나가야 기에 새로운 변화는 필요하다.
미술협회를 맡아나갈 새로운 회장도 이 부분에 신경을 써 줄 테고 미술인의 위상을 위해 애써 주리라 믿는다.
그리고 무역센터 공사로 잠시 보류 중인 대전 국제 아트쇼가 다시금 성황리에 개최되길 바라고 그럴 수 있도록 나 또한 도울 것이다.
이임식을 하는 내게 주는 꽃다발을 한 아름 가지고 작업실로 돌아오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꽃이든 꽃다발이든 누군가와 함께하고 함께하는 공간에서 빛이 나는 것이구나" 원 없이 꽃향기에 잠시 중독될 수 있는 시간도 필요한 격식처럼 내가 내게 수고했다고 말해준 시간이었다.
남자도 꽃향기가 오래간다. 그러나 나는 꽃이 대상이 되는 그림은 자주 그리지 않는다.
다만 꽃에게 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존재의미를 주고 싶을 때 그리곤 하는데 내가 내게 주는 위안의 꽃을 그렸다.
앞으로 또 있을 존재의 꽃이 더 그려지게 될지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꽃다발을 준비하는 마음과 꽃을 함께하는 사람들과 함께할 때 더 아름답고 소중함을 알았다.
꽃을 받아보니 주고 싶어졌다. 올 한 해는 누군가를 위해 꽃을 살 수 있는 마음이 자주 생길까?./이영우 배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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