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난순 기자 |
내 마음
박금분
빨리 죽어야 데는데
십게 죽지도 아나고 참 죽겐네
몸이 아푸마
빨리 주거여지 시푸고
재매끼 놀 때는
좀 사라야지 시푸다
내 마음이 이래
와따가따 한다
누가 시인인가. 시는 누가 쓰는가. 여기 경북 칠곡의 80 넘은 할머니가 쓴 시를 보라. 이 시를 보면서 시는 이런 거라고 생각한다. 전혀 꾸밈없는 시. 나이 먹어 몸이 아파 움직이기 어려운 할머니가 빨리 죽었으면 하지만 쉽게 죽을 수도 없다. 걷기도 힘들고 삭신이 쑤셔 괴로운 삶. 그러다 동네 이웃 할머니들과 고구마도 쪄먹으며 재미나게 얘기하면 또 살고 싶어진다. 마음이 왜이리 왔다갔다 할꼬. 할머니의 푸념이 귀엽기만 하다. 때묻지 않은 할머니의 진솔한 고백에 내 마음이 한없이 푸근하고 감동을 받는다. 나의 엄마는 지금 뭐 하실까. 훌륭한 시는 이런 것이다.
우난순 기자 rain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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