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득용 전 대전문인협회장 |
북극곰의 눈물을 그저 낭만으로 보아왔던 안쓰러운 마음들이 빙산의 일각이었음을 깨닫기도 전 영문도 모른 채 지난 연말부터 설마설마 하던 우한 폐렴이 거대한 괴물로 다가왔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더 우리를 불안과 공포에 떨게 하는 것은 코로나 포비아(Corona Phobia)입니다. 끊임없이 보도되는 언론에 막연한 두려움이 확대 재생산 되면서 우리의 일상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습니다. 축제나 행사 졸업식 입학식 지인 가족 간의 여행이나 모임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경제 교육 관광 외식산업 등 우리 사회는 온통 페닉 상태에 빠졌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생태계의 블랙홀이 되어버린 게지요. 이쯤 되면 오수부동이라는 용어도 바뀌어져야 할 것 같습니다. 인간은 그동안 유일하게 천적이 없는 종(種)으로 생태계를 지배하여 왔으나 이제는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가장 무서운 천적이 아닌가 합니다.
문명사적으로 우리 인간은 바이러스 재앙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경험해 왔습니다. 14세기 중세유럽을 뒤흔들었던 흑사병이 그러하며 스페인독감 아시아독감 홍콩독감 2009년 인플루엔자 신종플루가 판데믹으로 선언되었지요. 우리나라도 2003년 사스(SARS) 2012년 메르스(MERS)로 곤혹을 치렀습니다. 판데믹(Pandemic)이란 그리스어로 'Pan(모든)'과 'demos(사람들)'로 전염병이 세계적으로 전파되어 모든 사람이 감염되고 있다는 용어로 WHO의 전염경보 단계 중 최고위험 등급인 6단계를 일컫는 말입니다. 최근에는 변종 바이러스의 출현주기와 빈도가 잦아지며 진화되어 맹렬해지는 반면에 백신 개발은 사후약방문임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인류가 어떻게 전염병에 시달렸고 대처했는지는 더스틴 호프만이 주연한 아웃브레이크(1995년)와 2035년 한 남자의 꿈으로 시작되는 12몽키즈(Twelve Monkeys, 1995년)가 메시지를 던졌고, 컨테이젼(Contagion, 2011년)은 마른기침 고열 발작 뇌출혈로 사망하는 진실이 은폐되었다고 주장하는 저널리스트가 촉발한 음모론의 공포가 블로그를 통해 빠르게 퍼져나가는 스토리는 이번 우한 폐렴 사태와 유사하다는 점에서 마치 영화 속 상상이 늘 현실에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존과 번식은 모든 생명체의 본능입니다.
바이러스는 환경 조건만 맞으면 세포분열의 무성생식(無性生殖)으로 폭발적 번식을 하기 때문에 인간의 노력만으로는 막을 수는 없지만 예방과 안전수칙을 준수하며 정부는 적극적으로 국가재난에 준하는 정책으로 민심을 아울러야 할 것입니다. 분명한 것은 21세기는 세계화 도시화 기후변화 생태계파괴 그리고 인구의 고령화가 바이러스에게는 더욱 좋은 기회가 될 것이며 우리 인간들에게는 위기가 될 것입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따르면 2018년 비행기의 이동 인구는 약 43억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우리에게 시급한 현안문제는 곧 개학이 되면 중국 유학생 7만여 명이 입국을 하게 되는데 현명한 대처방안으로 지혜를 모아야 하겠습니다. 로버트 프로스트(1874~1963)는 '그곳을 빠져나가는 방법은 그곳을 거쳐 가는 것'이라 했지요. 다행히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기온이 올라가는 2월말이면 정점을 찍는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그래요, 긴 호흡이 세상에 한숨을 토해내듯 희망이 그러하고 사랑은 늘 겨울아침처럼 늦게 오는 법입니다.
권득용 전 대전문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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