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호서문학상을 받은 고광률 작가의 '시일야방성대학(나무옆의자)'이다.
제목인 시일야방성대학은 1950년 11월 20일 황성신문에 게재된 장지연의 논설 제목인 '시일야방성대곡'에서 따왔다. 을사조약이 체결된 후 조약의 굴욕적인 내용을 폭로한 내용이다.
장지연의 소설 속에 악랄하고 간악한 일본이 있듯이 고광률 작가의 소설 '시일야방성대학'에는 모략으로 가득한 대학이 존재한다.
"대체 이 대학의 주인이 누굽니까?" 학칙이 물러 터져서 학생 데모가 끊이지 않는다며 볶아치는 시열에게 참다못한 모도일 이사장이 내지른 말이었다.(시일야방성대학 39 페이지)
일광학원 재단의 일광대학교는 교육부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선정되고 부실 판정을 받는다. 이에 학생들은 총장 퇴진 시위를 벌이고, 급기야 총장실을 점거하는 사태에 이른다. 총장은 긴급 대책회의를 모으지만, 총장과 전 총장, 그리고 직원 출신 비정년 교원의 미로와도 같은 이해관계 속에서 양심과 인격을 건 자존심마저 내던지는 교수라는 인간 군상이 드러난다.
최고의 지성이라지만 그 속에는 암투와 질투, 모략과 계략, 지질한 욕망에 사로잡힌 인간만이 존재할 뿐이다.
고광률 작가는 작가의 말을 통해 "오늘날 대학의 문제가 무엇이고,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를 잘 들여다보시길 바랄 뿐"이라며 "글을 많이 아는 지식인들이 그 신분과 지위를 이용해 어떻게 사실을 뭉개고 진실과 정의를 어떻게 조리돌림 하는지, 그리고 그 책임을 어떻게 벗어나는지, 얕은 이 소설을 통해 깊이 들여다보시길"이라고 말했다.
이해미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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