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의 시네레터] 영화를 즐겁게 보는 법

  • 문화
  • 영화/비디오

[김선생의 시네레터] 영화를 즐겁게 보는 법

  • 승인 2020-02-13 08:23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지난주 아는 분의 부탁으로 영화 공부하는 곳에 강의를 하러 갔습니다. 전공자들이 아니고 그저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의 모임이었습니다. 연세가 지긋하신 분도 계시고, 젊은 분들도 있었습니다. 부탁하신 분의 일정 맞춰 한 시간을 예상하고 갔을 뿐이므로 특별한 무엇을 다루기도 애매해 평소 영화에 대해 궁금한 것을 질문받기로 했습니다. 모임의 반장 격이신 듯한 분이 어떻게 하면 영화를 잘 보고 즐길 수 있는지 물으셨습니다.

대개 관객들은 영화를 보고 나서 스토리나 인물, 주제 등에 대해 생각합니다. 물론 그마저도 생각하지 않고 ‘그냥 재미있다, 재미없다’ 혹은 ‘별로다’하고 넘어가기도 합니다. 스토리나 인물, 주제를 중심으로 영화를 보게 되는 이유는 우리가 오래도록 문학 특히 소설 작품을 읽고 감상하는 것에 길들여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영화는 이야기를 포함하기는 하지만 그와는 다른 자신만의 방식들이 있습니다.

영화는 장면(scene)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대체로 한 장면은 1분 남짓합니다. 그리고 한 작품은 100장면에서 150장면으로 구성됩니다. 그래서 두 시간 정도가 됩니다. 장면은 다시 숏으로 나뉘고, 그것은 카메라가 작동하기 시작해서 멈출 때까지의 것입니다. 한 장면은 숏을 잘게 쪼개기도 하고, 어떤 경우는 하나의 숏이 장면 전체가 되기도 합니다. 영화 속 숏과 장면들은 의미가 없는 경우가 없습니다. 하여 장면과 그것을 구성하는 숏을 중심으로 영화를 보면 문학 작품과는 다른 영화만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습니다.

한 편의 영화를 전체적으로 감상할 수도 있지만, 마음에 남는 한두 장면을 중심으로 작품을 이해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왜 그 장면이 기억날까? 잊히지 않을까? 그것은 관객 자신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그 특별한 장면은 영화를 이해하는 것이면서 동시에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됩니다. <천문>에서 장영실이 세종을 위해 창호지 문을 먹물로 칠하고 구멍을 낸 뒤 촛불로 비춰 별자리를 만든 장면은 대단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마음에 남는 장면을 글로 적어 보면 좋습니다. 글은 생각을 적는 것이면서 또한 생각을 넓히고 깊게 만듭니다. 하여 글을 쓰다 보면 애초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써서 블로그나 페이스북 등에 올리는 것도 즐거운 일입니다. 영화는 감독과 제작진이 만들지만 결국 관객들의 것으로 남습니다. 좋은 관객이 좋은 영화의 힘입니다. 영화 <기생충>의 오스카상 수상 역시 좋은 관객들의 공이 적지 않습
김선생의 시네레터
니다.

-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2. 원금보장·고수익에 현혹…대전서도 투자리딩 사기 피해 잇달아 '주의'
  3.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4. [대전미술 아카이브] 1970년대 대전미술의 활동 '제22회 국전 대전 전시'
  5. 대통령실지역기자단, 홍철호 정무수석 ‘무례 발언’ 강력 비판
  1. 20년 새 달라진 교사들의 교직 인식… 스트레스 1위 '학생 위반행위, 학부모 항의·소란'
  2. [대전다문화] 헌혈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3. [사설] '출연연 정년 65세 연장법안' 처리돼야
  4. [대전다문화] 여러 나라의 전화 받을 때의 표현 알아보기
  5. [대전다문화] 달라서 좋아? 달라도 좋아!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시와 충남도가 행정구역 통합을 향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홍성현 충남도의회 의장은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 지방소멸 방지를 위해 충청권 행정구역 통합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대를 갖고 뜻을 모아왔으며, 이번 공동 선언을 통해 통합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공동 선언문을 통해 두 시·도는 통합 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하기 위한 특별..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