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꼽을 물어뜯으려 해도 입이 닫지 않는다.
글자는 ?(씹을 서) 臍(배꼽 제) 莫(없을 막) 及(미칠 급)이다
이 고사성어는 기회를 잃고 난 뒤에는 아무리 후회해도 소용없다.를 비유할 때 쓰는 말이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역사서인 좌전(春秋左氏傳)에 기록된 이야기로 주(周)왕조 때에 초(楚)나라 문왕(文王)이 지금의 하남성에 있었던 신(申)나라를 치기 위해 등(鄧)나라를 경유하게 되었다.
문왕은 먼저 사신을 등(鄧)나라에 보내어 통과를 양해해 달라고 요청하자 이때 등(鄧)나라 왕은 무골호인으로 알려진 기후(祇侯)였고, 문왕과는 아저씨와 조카 사이였다.
"그야 우리가 초나라와 티격태격할 이유가 없을뿐더러 이 문제는 어디까지나 초나라와 신나라 사이의 일이니 좋도록 하게. 더군다나 조카가 아저씨네 마당을 지나가려고 하는데 안 될 것이 뭐 있겠는가?"
기후는 이렇게 순순히 허락하였고, 이윽고 문왕과 그의 군대가 등나라 도성에 이르자 기후는 초나라 문왕을 반갑게 맞아들였다. "어서 오게나 이게 얼마만인가?"
"아저씨께서 어려운 결정으로 편의를 봐주셨으니 조카는 무엇으로 감사를 드려야할지 모르겠습니다."
문왕이 짐짓 깍듯하게 집안 어른 대접으로 심심한 감사를 표하였다. 기후는 기뻐하며 말했다.
"거 무슨 말을. 조카의 부탁인데 그보다 더한 것인들 내 못 들어 주겠는가."
그리고는 성대한 잔치를 베풀어 문왕과 그 병사들을 반갑게 맞이하여 진수성찬으로 극진히 환대했다.
이때 추생(?甥), 담생(聃甥), 양생(養生)이라고 하는 세 사람의 현자가 왕에게 간(揀) 하기를 머지않은 장래에 반드시 전하에게 칼끝을 겨누고 달려들 것입니다.
추생의 간언에 이어 담생도 말했다. "지금 문왕이 약소국 신나라를 치기 위해 가는데 등나라를 멸망시킬 자도 이 사람이 틀림없습니다. 만약 빨리 해치우지 않으면 배꼽을 물어뜯으려 해도 그 때는 이미 늦습니다(亡鄧國者 必此人也 若不早圖 後君?臍 其及圖之乎/ 망등국자 필차인야 약불조도 후군서제 기급도지호)."
그러자 기후는 당치도 않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이런 망발이 어디에 있겠는가! 초왕과 나는 아재비와 조카 관계인데 어찌하여 그러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과인이 만일 조카를 해친다면 과인이 먹다 남긴 음식은 그대로 남을 걸세."
(이 말을 들은 사람들이 자기의 불의를 미워하여 제사도 지내주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그러자 이번에는 양생이 부르짖었다. "참으로 딱하십니다. 저희들의 간언을 듣지 않으시면 사직(社稷)이 남아나지 못할 것이 뻔한데, 전하께서 잡수시고 남긴 음식이 어디에 있단 말입니까? 이들의 간곡한 충언을 듣지 않은 기후는 얄팍한 인정을 과시하여 아무런 대비도 하지 않고 있다가 십년 후에 문왕의 군대에 의해 침략당해 멸망하고 말았던 것이다.
사람에게 붙잡힌 사향노루가 자신의 배꼽에서 나는 사향 냄새 때문에 붙잡힌 줄로 여겨 자신의 배꼽을 물어뜯었다는 데서 나온 말이다. 사향노루는 이미 붙잡힌 다음에 배꼽을 물어뜯어도 아무 소용이 없는 줄도 모른 채 배꼽을 물어뜯은 것이다.
유사성어로는 후회막급(後悔莫及), 회지무급(悔之無及) 등이 있으며, 여기에서 우리는 친척이라고 상대방을 무조건 믿어서는 안 되며, 어진 신하들의 간언(諫言)은 잘 들어야 됨과 실패를 거울삼아 노력하여 만회를 하는 지혜를 배울 수 있다.
이제 고인이 되신 고(故)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2000년대 초에 자신을 위한 기념사업회인 운정회(雲庭會) 창립식에서 휠체어를 탄 채 행한 연설에서 '후회막급'이란 낱말을 인용했다.
한때는 대통령의 꿈도 품었다가 이루지 못한 그이긴 하지만, 총리 두 번에다 9선 국회의원에다 여러 정당의 총재·대표에다…. 누가 뭐래도 성공한 인생을 살아온 사람이다. 그런 정치인도 지나온 생애를 결국 '후회막급'으로 귀결시키는데 이 세상 누군들 마지막에 후회스러운 심정이 없겠는가.
김 전 총리는 본인의 인생과 정치역정을 되돌아보면서 "이 나이(88세)가 돼서 돌이켜보니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왜 못했나. 후회막급하다."고 무겁게 토로한 것이다.
그는 정치인생 전반에 대한 막연한 탄식인지, 특정 사안을 염두에 둔 아쉬움의 표현인지 알 순 없지만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맘속의 회한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후회스러울 일 한 가지라도 덜 수 있게 그저 순간마다 충실하고 마디마디에 최선을 다함이 마땅하다는 교훈, 노(老)정치인의 `황혼연설(黃昏演說)'에서 또 한 번 배운다.
지난 잘못을 뒤늦게 뉘우친다는 후회는 백번을 되풀이해도 소용이 없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이 저질러졌으니 말이다. 그러나 잘못을 하고도 뉘우칠 줄 모르는 것보다는 후회가 교훈적일 수 있다. 이는 같은 잘못을 재발하지는 않게 하기 때문이다.
대문호 톨스토이는 "후회해보았자 소용이 없다고 하지만 후회한다고 이미 늦은 것이 아니다."고 했으며, 스탕달은 "좋은 교훈이란 후회를 가르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인생의 실패는 혹 성공의 디딤돌이 될 수 있다. 누구든 실패를 잘 분석하고 다시 새롭게 계획하고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할 수가 있다.
전한(前漢)시대 유향(劉向)이 쓴 전국책(戰國策) 초책(楚策)에 망양뢰가보(亡羊牢可補)라는 말이 있으며, 순오지(旬五志)에는 실마구가축(失馬廐可築)이라는 가르침이 있다. 곧 '양을 잃었어도 우리를 고치고, 말을 잃었어도 마구를 지을지어다.' 라는 교훈이다
임진왜란 시 명재상(名宰相) 유성룡(柳成龍)도 서애집(西厓集)에서 '왕자수이의 래자유가급(往者雖已矣 來者猶可及)'이라 하여. 지난 일은 비록 어쩔 수 없지만 오는 일은 오히려 대처할 수 있다고 했다.
오늘 날 우리 정치사는 서제막급을 뛰어넘는 불법, 무법으로 오히려 서제막급을 뛰어 넘고 있다. 이제 온 국민은 총체적 단결을 통하여 분열된 국민감정을 한데모아 대동단결로 이 나라 장래를 결단코 지켜내고 도약하는데 주저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너, 나, 여(與), 야(野)할 것 없이 거짓과 위선으로 잘못된 대한민국의 국기(國紀) 바로 세워야 할 것이다.
장상현 / 인문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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