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대전사이언스페스티벌의 성공 방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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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디세이] 대전사이언스페스티벌의 성공 방정식

양성광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이사장

  • 승인 2020-02-10 08:10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양성광이사장
양성광 이사장
대전 ‘사이언스페스티벌’이 시작된 지 20년이 됐다. 이제 한 해 24만여 명이 방문하는 대전시의 대표 축제로 자리 잡았지만, 아직 전 국민이 즐겨 찾는 축제로 성장하기에는 가야 할 길이 멀다.

우리나라에서는 지자체가 주관하는 축제만 연 472개가 열리는데, 흑자를 내는 축제는 ‘곡성장미축제’ 등 4건에 불과할 정도다. 그러나 축제는 지역 주민에게 문화 향유의 기회를 주고, 관광 매력도를 높이는 등 효과도 커서 단순히 수익성으로만 성과를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러면 지역축제의 성공 여부는 어떻게 판단할까? 비전과 목적을 달성해야 성공했다 할 수 있는데, 문제는 대부분 비전이 분명하지 않다는 데 있다. 사이언스페스티벌도 과학이라는 분명한 정체성은 있으나, 지역사회가 합의해 만들어낸 장기 비전이 없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더구나 축제 전담 상설조직도 없고, 매년 선정하는 시행 주체가 위탁에 재위탁을 하고 있어서 근원적인 개선보다는 행사를 치르기에 급급하다는 지적이 있다. 준비 기간도 5개월여에 불과해 관계자들 간에 합의된 컨셉 하에 체계적으로 진행하기 어려운 구조다.



대부분의 유명한 지역축제는 ‘화천산천어, 함평나비, 보령머드’와 같이 그 지역의 생태자연, 특산물 등 단순한 소재로 콘텐츠를 만드는 데 별 어려움이 없다. 반면, 대전은 과학이라는 어려운 소재라 시민에게 다가가는 콘텐츠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 더 큰 문제는 행사 대행사는 과학을 모르고, 과학자는 과학을 문화·예술적으로 표현하는 데 서툴다는 것이다.

사이언스페스티벌의 목적은 과학도시 대전을 알리고 시민과 국민이 과학문화를 즐기게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시민이 편하게 즐기려면 장소의 접근성과 공간적 여유로움이 가장 중요한데, 주 무대인 엑스포시민광장은 두 가지 모두 합격점 이하다.

대중교통이 불편할 뿐만 아니라 주변에 주차장도 충분하지 않다. 대전 시민이야 지리를 잘 아니까 찾아온다고 해도 타 지역 사람들이 찾아오는 데는 불편함이 크다. 대전역, 고속버스터미널, 지하철역 등에서 행사장까지 운행하는 셔틀버스를 확충하고, 갑천 하상 등 인근에 임시 주차장을 마련해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줘야 한다.

다음으로 대부분의 메인 행사를 협소한 엑스포시민광장에서 개최하는 탓에 관람객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동선이 꼬이는 문제도 개선해야 한다. 특히 과학체험행사는 대형텐트 하나로 만들어진 전시관에 20개의 체험 부스를 집어넣어 부대끼고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메인 장소를 주변의 한밭수목원 등으로 넓게 확장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공연장과 숲, 거리에서 새롭게 마련한 킬러 콘텐츠를 중심으로 과학문화예술 공연을 여유롭게 경험하는 축제의 장을 펼칠 수 있을 것이다.

행사장 곳곳에 파라솔과 쉼터, 간이매점 등 편의시설을 설치하고, 과학을 테마로 한 먹거리 체험행사와 즐길 거리도 확대해야 한다. 전국의 창의적인 젊은이들을 초청해 공간과 비용을 제공한다면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참신한 과학문화예술 프로그램들로 채울 수 있다.

또 주제전시관의 과학체험 행사는 성격이 비슷한 ‘사이언스데이’와 과감하게 통합하는 것을 제안한다. 국립중앙과학관과 탄동천 인근에서는 사이언스데이와 수학축전 등 과학체험행사를 폭넓게 개최하고, 도보로 이동 가능한 인근 대덕특구 내에서는 KAIST와 출연연 방문 행사 등을 개최해 진지하게 과학을 체험하는 장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메인 행사장과 중앙과학관, 연구단지, 세계과학문화포럼을 개최하는 대전컨벤션센터 등을 오가는 셔틀버스도 충분히 운행해 시너지를 낼 수 있게 된다면, 사이언스페스티벌의 비전을 달성하고 지속해서 성장하는 대한민국의 대표 축제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양성광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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