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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틀린 도티 지음│임희근 옮김│반비
저자 케이틀린 도티는 20대에 여성 장의사로서 장례업계에 발을 들였다. 어제 죽은 시신부터 부패한 시신까지 무엇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시체 박스를 확인하고, 화장로에서 삐져나온 재를 들이마시고, 인간의 지방이 녹아내린 기름을 뒤집어쓰기도 하는 곳이 그의 일터다.
그가 20대 여성으로서 장의사라는 직업을 택한 이유는 어린 시절 목격한 죽음 때문이다. 우연히 쇼핑몰에서 추락사한 아이를 보고 당시 여덟 살이었던 그는 큰 충격에 빠진다. 그러나 죽음을 부정하는 문화 안에서 그는 어떤 설명도, 위로도 들을 수 없었다. 이때부터 죽음에 대한 병적인 집착이 시작됐다. 대학에서 중세사를 전공한 것도 죽음을 학문적으로 가까이 접하고자 했던 욕망의 결과물이었다. 졸업 후 그는 화장터에서 일하며, 이 경험을 어린 시절 트라우마를 스스로 치유하기 위한 방편으로 삼는다. 저자는 다른 사람들은 자신과 같은 일을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우리 사회가 죽음에 관해 터놓고 생각할 수 있도록 다방면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유튜브 채널 「장의사에게 물어보세요」를 운영하며, 초등학생부터 백세 노인까지 다양한 이들이 보내오는 죽음과 관련된 질문에 솔직한 답변을 들려준다.
책에는 화장터에서 일하며 죽음과 함께한 경험들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시체 한 구 한 구에 얽힌 흥미진진한 에피소드와 함께, 시신을 운반하고 화장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저자와 함께 재로 가득한 화장장을 거니는 듯한 간접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문장 곳곳에 위트가 가득하지만 그 안에 담긴 사유는 결코 가볍지 않다. 죽음에 대한 저자의 사유는 역사와 종교, 문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다양한 맥락에서 이뤄진다.
책은 우리가 죽음을 대면하는 것을 방해하는 오늘날의 장례 문화에도 비판적 시선을 던진다. 시신에 행해지는 1급 발암물질 방부처리와 울긋불긋한 메이크업, 고가의 관을 권하는 행태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오늘날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죽음 의례가 실은 몇 십년 밖에 되지 않았음을 역사적 사실을 통해 뒷받침한다. 일본, 중국, 인도, 티베트, 이슬람, 브라질 원주민 등 다양한 문화권의 죽음 의례를 들여다봄으로써 다른 선택도 가능함을 시사한다. 이에 대한 내용을 담은 저자의 두 번째 책 제목은 『좋은 시체가 되고 싶어(근간)』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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