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진 여가공간연구소장. |
과거 여행과 관광이 여유 있는 삶 속에서의 즐길 거리였다면 지금은 행복한 삶을 위해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목표가 됐고, 나아가 여가와의 경계가 불분명해졌다.
또한 이러한 관광분야는 사회과학으로서 인간 삶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관광의 형태가 나타나고, 새로운 트랜드와 관광이 접목하여 관광의 목적, 관광의 형태가 지속적으로 변화되고 있다.
다양한 특수목적관광(SIT : Special Interest Tourism)이 나타나면서 주목받는 형태는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이다. 이 용어는 1996년 처음 등장했고, 2000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용해 왔다. 이러한 다크 투어리즘의 대표 관광지로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약 400만 명이 학살당했던 폴란드에 있는 아우슈비츠 수용소, 미국 9·11테러 사건이 발생했던 뉴욕 월드트레이드센터 부지 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 원자폭탄 피해 유적지인 히로시마 평화기념관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서는 한국전쟁을 전후로 수만 명의 양민이 희생된 제주4·3사건의 실상을 알려주는 제주4·3평화공원을 비롯 국립 5·18민주묘지, 거제포로수용소, 서대문형무소역사관 등이 있다.
다크 투어리즘 관광지가 대전에도 있다. 바로 옛 대전형무소다. 민족의 비극을 되돌아보는 현장이라는 점에서 보존의 가치는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현재 대부분의 공간이 아파트 개발 등으로 대전형무소와 관련된 유물 및 유적이 얼마 남지 않았으나 현재의 모습으로라도 대전형무소가 갖는 의미와 가치를 재확인하고 우리 역사에서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및 현대사의 민주화 시대에 대한 역사적 교훈과 재발견이 필요하다.
이러한 중요한 가치에 기반해 대전시는 옛 대전형무소의 역사적 고증과 함께 스토리 발굴 등을 진행했고, 종합적인 정비 계획을 통해 역사적 소중한 가치를 지닌 옛 대전형무소 부지의 체계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주택가와 상업시설이 밀집한 공간에 위치한 옛 대전형무소 부지를 다크 투어리즘이 가능한 역사기념공원으로 조성해 시민과 관광객에게 역사적 사실과 교훈을 체험하고 경험할 수 있는 시민의 공간으로 제공할 방침이다.
그러나 종합적인 계획을 마련하고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는 대상지에 대한 소유권이 중요한 과제이다. 현재 옛 대전형무소 부지는 행정안전부의 소유로 개발을 위해서는 대전시가 행정안전부로부터 부지를 매입해 종합적인 정비 계획을 실행하거나 행정안전부 중심의 개발 계획만이 가능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행정안전부의 관심은 매우 낮은 수준으로 파악되며,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옛 대전형무소의 정비는 여느 때보다 시급한 과제가 되었다. 계속해서 현재의 상태에 머물러 있다면 대전시가 보유한 소중한 역사적 자원이 퇴색될 수 있다.
옛 대전형무소 부지 매입비용은 대략 250억 원 내외로 추정된다. 행정안전부의 직접적인 개발 또는 대전시를 통한 정비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대전시와 시민의 힘이 필요한 때이다.
대전시는 다양한 관점에서 이를 논의하고 있으나, 단순한 지방정부의 외침일 뿐 효과적인 성과를 나타내는 데에는 원칙과 절차, 방식에서 어려움에 봉착되어 있다.
이제는 시민이 나서야 할 때이다. 옛 대전형무소 부지의 각종 유구 및 유물이 사라지는 것을 막고, 종합적인 시굴 및 정밀 발굴조사를 하여 역사적 공간으로서의 전시관 조성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대전시민이 행정안전부에 옛 대전형무소의 정비 필요성과 가치를 알려 사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캠페인을 포함한 운동이 필요한 때이다.
옛 대전형무소는 우리 민족의 고통과 희생이 있었던 장소, 희생과 항일의식, 선조들의 넋을 기리는 장소로 기억되어야 한다. 이곳을 찾는 시민이나 관광객들에게 자칫 잊기 쉬운 지난날의 역사를 되새겨, 국가사랑과 역사의식을 고취하는 장소로 활용해야 한다.
이제는 대전시민의 몫이 되었다. 시민여론 형성을 통해 행정안전부로부터 부지를 이양 또는 양여 받아 체계적인 정비를 하고 대전시민의 여가공간으로서의 역사기념공원 조성, 방문객에게는 다크 투어리즘의 명소로서 개발해야 할 것이다.
여가공간연구소 소장 박종진(관광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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