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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경
기차는 떠나가고 밤꽃은 지고
밤꽃은 지고 꽃자리도 지네
오 오 나보다 더 그리운 것도 가지만
나는 남네 기차는 가네
내 몸속에 들어온 너의 몸을 추억하거니
그리운 것들은 그리운 것들끼리 몸이 먼저 닮아 있었구나
완행열차에 몸을 실어 남쪽으로 남쪽으로 흘러간다. 뽀얀 안개가 피어오르는 남도의 눈물겹게 정겨운 산과 들. 비로소 가슴이 뛴다. 그리운 것들과의 조우. 그리운 것들과의 이별. 산모퉁이 돌고돌아 그립고 아픈 이는 서둘러 작별을 고한다. 바람결에 추억이 실려오고 나는 지금도 그 자리에 서 있는데. 이역만리 낯선 땅에서 모국어에 천착한 시인은 갔다. 고향을 떠난 자에게 고향은 존재한다. 곧 달큰한 바람이 남쪽에서 불어올 것이다. 기차에 몸을 싣고 시인을 추억해야겠다.
우난순 기자 rain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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