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식 행정학·도시공학박사 |
자본론의 저자인 마르크스에게 중요한 것은 그가 연구조사하고 있는 당시의 정치, 경제, 사회적 현상들의 법칙을 발견하는 것이었다. 마르크스가 가진 주된 관심은 현상들의 일정한 형태가 주어진 역사적 시기와 상호 관련을 가지는 경우 그 현상들을 지배하는 법칙과 다른 형태로 이행하는 법칙, 사회적 상호관계의 한 질서로부터 다른 질서로 이행하는 법칙의 발견이었다. 마르크스는 오직 하나의 사실에 주목한다. 정밀한 과학적 조사에 의해 사회관계의 일정한 계기가 되는 질서의 필연성을 증명하며, 그러기 위하여는 자신주장의 기본적 출발점이 되는 자료와 사실들을 가능하면 공평 무사하게 확인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마르크스가 제시하는 필연성을 믿든 말든, 사회 현상의 진행은 인간의 의지와 의사나 의도와는 무관하며, 하나의 자연 발생적 과정이며 거부할 수 없는 역사적 수순이라고 주장한다.
오늘 날 자본주의 체제의 근본적 모순과 허점을 드러내게 하며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경제위기와 공황을 극복하려는 다양한 시도와 노력이 범세계적이며, 범정부적으로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하여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아담 스미스의 자유 방임주의로 상징되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자원배분의 효율성 실현과 소비자와 생산자의 만족달성은 오랜 세월 주류경제학의 핵심 이론이었다. 이러한 시장기구의 작동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인 사적 이윤을 추구하는 이기심의 영향이며, 궁극적으로는 사회전체의 이익을 가져 온다는 주장이 그 것이다.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자유 방임주의 경제운용방식은 이기심의 자기통제 불가라는 내재적 모순을 만들고 나아가 경제후퇴와 공황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어, 문제해결을 위하여는 정부의 역할을 일정 부분 당연시 하고 있음 또한 주지의 사실이다. 주목할 사실은 자본주의 체제의 탄생원인과 파멸의 배경을 설명한 마르크스의 자본론에 등장하는 과거시점의 주된 사회현상들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자본가 계급의 등장과 성장 원인으로 꼽는 식민지 수탈, 고리 대금업, 투기와 농민 수탈 등은 아직도 우리의 아픈 현실이 되고 있다. 도시의 임금 노동자 대부분은 주로 농촌에서 낮은 농업생산성 때문에, 인간으로 존중받고 배려가 이루어지던 삶의 거점인 고향과 토지를 빼앗기고 타의에 의하여 비자발적으로 도시로 밀려들었으며, 사회발전의 혜택을 공유하기보다는 소확행이나 욜로(YOLO)로 대변되는 최소한의 서민적 삶에 만족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최근 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의 비약적 발전은 대처 여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생산성과 효율중심의 가치관이 지배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임금 노동자들의 불안한 미래를 예고하고 있기도 하다.
점차 심화되고 있는 소득의 양극화 현상, 아직도 노동자에게 불리한 고용 현실, 사용자 중심의 관행과 제도, 나아질 것 같지 않은 미래 전망 등은 임금노동자들로 하여금 갈등과 대립을 선택하거나, 가능하면 적게 일하고 많이 쉬려고 하는 등 인간만이 누리는 고상한 본능인 노동을 거부하거나 마지못해 수행하게 하려 한다. 향후 누구라도 자신들의 역량과 잠재력을 자유롭고 자발적으로 최대한 발휘하며, 사회적이며 경제적인 발전성과를 사회구성원 모두가 공정하게 향유하는 시대가 오기를 강력하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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