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으로]제 갈 길을 가라, 남이야 뭐라든

  • 오피니언
  • 세상속으로

[세상속으로]제 갈 길을 가라, 남이야 뭐라든

신천식 행정학.도시공학박사

  • 승인 2020-02-03 11:43
  • 신문게재 2020-02-04 22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신천식
신천식 행정학·도시공학박사
'제 갈 길을 가라, 남이야 뭐라든' 이 말은 1867년 7월 25일 런던에서 출간된 카를 마르크스의 자본론(Das Kapital) 1권의 독어판 서문에 등장한다. 원래 이 말은 신곡(La Divina Commedia)의 저자인 단테의 문장을 마르크스가 변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르크스는 자신의 과학적 근거에 기초한 주장에 관하여 여론이라는 편견으로 흔들지 말 것을 서문에서 강조하며 '제 갈 길을 가라, 남이야 뭐라든'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고 있다.

자본론의 저자인 마르크스에게 중요한 것은 그가 연구조사하고 있는 당시의 정치, 경제, 사회적 현상들의 법칙을 발견하는 것이었다. 마르크스가 가진 주된 관심은 현상들의 일정한 형태가 주어진 역사적 시기와 상호 관련을 가지는 경우 그 현상들을 지배하는 법칙과 다른 형태로 이행하는 법칙, 사회적 상호관계의 한 질서로부터 다른 질서로 이행하는 법칙의 발견이었다. 마르크스는 오직 하나의 사실에 주목한다. 정밀한 과학적 조사에 의해 사회관계의 일정한 계기가 되는 질서의 필연성을 증명하며, 그러기 위하여는 자신주장의 기본적 출발점이 되는 자료와 사실들을 가능하면 공평 무사하게 확인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마르크스가 제시하는 필연성을 믿든 말든, 사회 현상의 진행은 인간의 의지와 의사나 의도와는 무관하며, 하나의 자연 발생적 과정이며 거부할 수 없는 역사적 수순이라고 주장한다.

오늘 날 자본주의 체제의 근본적 모순과 허점을 드러내게 하며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경제위기와 공황을 극복하려는 다양한 시도와 노력이 범세계적이며, 범정부적으로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하여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아담 스미스의 자유 방임주의로 상징되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자원배분의 효율성 실현과 소비자와 생산자의 만족달성은 오랜 세월 주류경제학의 핵심 이론이었다. 이러한 시장기구의 작동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인 사적 이윤을 추구하는 이기심의 영향이며, 궁극적으로는 사회전체의 이익을 가져 온다는 주장이 그 것이다.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자유 방임주의 경제운용방식은 이기심의 자기통제 불가라는 내재적 모순을 만들고 나아가 경제후퇴와 공황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어, 문제해결을 위하여는 정부의 역할을 일정 부분 당연시 하고 있음 또한 주지의 사실이다. 주목할 사실은 자본주의 체제의 탄생원인과 파멸의 배경을 설명한 마르크스의 자본론에 등장하는 과거시점의 주된 사회현상들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자본가 계급의 등장과 성장 원인으로 꼽는 식민지 수탈, 고리 대금업, 투기와 농민 수탈 등은 아직도 우리의 아픈 현실이 되고 있다. 도시의 임금 노동자 대부분은 주로 농촌에서 낮은 농업생산성 때문에, 인간으로 존중받고 배려가 이루어지던 삶의 거점인 고향과 토지를 빼앗기고 타의에 의하여 비자발적으로 도시로 밀려들었으며, 사회발전의 혜택을 공유하기보다는 소확행이나 욜로(YOLO)로 대변되는 최소한의 서민적 삶에 만족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최근 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의 비약적 발전은 대처 여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생산성과 효율중심의 가치관이 지배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임금 노동자들의 불안한 미래를 예고하고 있기도 하다.

점차 심화되고 있는 소득의 양극화 현상, 아직도 노동자에게 불리한 고용 현실, 사용자 중심의 관행과 제도, 나아질 것 같지 않은 미래 전망 등은 임금노동자들로 하여금 갈등과 대립을 선택하거나, 가능하면 적게 일하고 많이 쉬려고 하는 등 인간만이 누리는 고상한 본능인 노동을 거부하거나 마지못해 수행하게 하려 한다. 향후 누구라도 자신들의 역량과 잠재력을 자유롭고 자발적으로 최대한 발휘하며, 사회적이며 경제적인 발전성과를 사회구성원 모두가 공정하게 향유하는 시대가 오기를 강력하게 기대해 본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2024 결산] 대전시 해묵은 현안해결 경제부흥 견인
  2. 대전시, 경제성장률 가파른 상승 "눈에 띄네"
  3. "서산 부석사 불상 친견법회, 한일 학술교류 계기로"
  4. 색채의 마술사 ‘앙리 마티스’ 대전서 만난다
  5. 대전 학교 내 성비위 난무하는데… 교사 성 관련 연수는 연 1회 그쳐
  1. 2023년 대전·세종·충남 전문대·대학·대학원 졸업생 취업률 전년比 하락
  2. ‘거긴 주차장이 아니에요’
  3. ‘달콤해’…까치밥에 빠진 직박구리
  4. [사설] '대한민국 문화도시' 날개 달았다
  5. [사설] 교육 현장 '석면 제로화' 차질 없어야

헤드라인 뉴스


학교 성비위 끊이지않는데… 교사 예방연수는 연 1회뿐

학교 성비위 끊이지않는데… 교사 예방연수는 연 1회뿐

대전 내 학교 성비위 사건이 잇따르는 가운데 개선은커녕 공회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대전교육청이 교사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성 관련 예방연수 횟수는 연 1회에 그치고 연중 발표하려 했던 성 비위 근절 대책안도 내년으로 미뤄졌기 때문이다. 26일 대전교육청에 따르면 현재 교사를 대상으로 하는 성 관련 예방 교육시간은 연 1회 3시간뿐이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성 관련 예방교육 이수시간이 1년에 15시간인 것에 비하면 매우 적은 상황이다. 올해 대전 내 학교에서 교사가 학생을 대상으로 한 성 비위 사건 중 공론화된 건은 초·중·고 1..

AI 디지털 교과서 논란...전국 시도교육감 엇박자
AI 디지털 교과서 논란...전국 시도교육감 엇박자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 명의의 건의문이 17개 시·도 간 입장 조율 없이 제출돼 일부 지역의 반발을 사고 있다. 최교진 세종시교육감은 12월 26일 이와 관련한 성명을 통해 "우리 교육청은 그동안 AI 디지털 교과서의 현장 도입에 신중한 접근을 요구해왔다. 시범 운영을 거쳐 점진적으로 도입하자는 의견"이라며 "AI 디지털 교과서를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찬성한다"란 입장으로 서두를 건넸다. 이어 12월 24일 교육감협의회 명의의 건의문이 지역 교육계와 협의 없이 국회에 제출된 사실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맑은 날씨에 대전 해넘이·해돋이 둘다 볼 수 있다
맑은 날씨에 대전 해넘이·해돋이 둘다 볼 수 있다

12월 31일과 2025년 1월 1일 오전까지 대전은 대체로 맑은 날씨를 보여 올해 마지막 해넘이와 새해 첫 해돋이를 감상할 수 있겠다. 기상청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연말연시 날씨 전망을 26일 발표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오는 1일 오전 주요 도시별 해돋이 시간은 독도 7시 26분, 부산 7시 32분, 대구 7시 36분, 제주 7시 38분, 강릉 7시 40분, 광주 7시 41분, 대전과 청주, 전주 7시 42분, 서울은 7시 47분께다. 이날 오전 충청권은 대체로 맑지만, 충남 서해안 주변 일부 지역은 구름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달콤해’…까치밥에 빠진 직박구리 ‘달콤해’…까치밥에 빠진 직박구리

  • 색채의 마술사 ‘앙리 마티스’ 대전서 만난다 색채의 마술사 ‘앙리 마티스’ 대전서 만난다

  • 즐거운 성탄절 즐거운 성탄절

  • ‘거긴 주차장이 아니에요’ ‘거긴 주차장이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