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인 한밭대 산학협력단·링크+단장, 혁신클러스터학회장 |
지금도 천연자원이 부족한 우리가 의지할 곳은 인적자원 뿐이다.
아프리카 가나보다 가난하던 시절인 1956년, 이승만 대통령에게 우라늄을 소개한 미국 에디슨전기협회(EEI) 회장을 지낸 시슬러(Cisler) 박사는 "석탄은 자연에서 캐는 에너지이지만 원자력은 사람 머리에서 캐내는 에너지다. 한국처럼 자원빈국은 사람 머리에서 캐낼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우라늄을 이용해 원자력발전을 하려면 인재육성 해야 한다. 지금부터 젊은 사람을 키운다면 한국은 20년 후 원자력발전으로 전깃불을 켤 수 있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자력이 지닌 무한한 가능성을 본 이승만 대통령은 국내 우수한 인재들을 선발해 미국으로 유학을 보내면서, 당시 부족한 가운데 달러를 손에 쥐어주며 격려했다. 지난 60년간 한국 원자력의 경제기여도는 매우 크다. 우리나라 발전의 24%를 원자력이 담당하며,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전기를 쓸 수 있는 것도 원자력에 대한 60년 전의 전략 때문이다.
풍력, 수력, 태양광 등도 자연에서 캐는 자원개발로부터 머리에서 캐는 자원개발 전략으로 이동해야 한다. '자원의 신'이 우리에게 천연자원을 주지 않음을 탓하지 않고 '긍정적 행동 지원(Positive Behavior Support)'의 DNA를 준 것이 참 다행이다. 4차산업혁명의 핵심인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데이터센터, 자율주행차 등이 구현되려면 기본적으로 값싸고 안정적인 에너지, 전력확보가 필수적이다. 아마존 등 글로벌기업이 우리나라에 데이터센터를 두려는 이유도 고객수요와 함께 안정적 전력에 있다. 온실가스를 발생하지 않는 고밀도, 클린 에너지원으로서도 원자력은 효과적이다.
좋은 일자리 창출 또한 '머리에서 캐는 비즈니스 모델의 전략'을 활용해야 한다. 자원부국인 아랍에미리트(UAE)에게 원전 4기의 수출효과는 60년간 494억 달러(약 60조 원)로 엄청나다. 단기간의 건설로 인한 고용창출도 크지만, 60년 동안 운전, 정비, 연료공급 등에서 생기는 고용창출은 더 매력적이다. 여기에 은퇴과학자의 좋은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다. 한편 수십 년간 체화된 우리의 원자력 암묵지를 호시탐탐 빌리려는 경쟁국들이 많다. 한 때는 미국에 출장 가는 전문가를 영주권으로 유혹한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수입기술을 모두 중국 것으로 대체하자는 '중국 2025전략'에 우리기술을 통째로 넘기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100년 대계의 우리기술을 남이 아닌 우리 자손들에게 넘길 의무가 있다. 해수면 보다 낮은 자연을 극복하고, 시민참여의 리빙랩 도시를 만든 네덜란드 사례처럼, 작금의 위기가 '변장된 축복'(blessing in disguise)의 계기가 되길 새해 소망한다. 최종인 한밭대 산학협력단·링크+단장, 혁신클러스터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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