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몽골의 설 명절 시기는 대게 비슷했지만, 올해는 몽골 설 명절이 한국보다 한 달 뒤에 있습니다.
설 명절이 다가오면 늘 그랬듯이 돌아가신 부모님이 생각납니다.
맛있는 음식을 많이 해주셨고 풍성한 명절의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편하게 해주셨기에 더욱 그립습니다.
한국에서 맞이하는 설 명절은 오랜만에 만나는 가족 친지 분들을 생각하면 설레고 행복한 명절이지만 몽골과 문화의 차이로 인해 마음이 복잡해집니다.
가장 어려운 일은 명절 음식을 만드는 것입니다.
한국으로 시집을 온 후 한국 음식에 대해서는 아직도 못하는 부분들이 많습니다.
생전에 시아버지께서 몽골 만두 맛이 궁금하시다고 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정성껏 소고기와 양고기, 야채를 재료로 몽골만두를 만들어 드렸습니다.
시아버님은 "잘했다 맛있다"라고 칭찬을 하셨지만, 아주버님들께서는 김치를 많이 놓고 하면 더 "맛있을 것 같아"라고 말했고 다음 설이 다가왔을 때는 몽골 만두를 하고 싶었지만, 시어머님께서는 한국 음식 만드는 방법을 잘 보고 배우라고 하셨습니다.
평소 집에서는 한국 음식과 몽골 음식을 가리지 않고 자주 만들어 먹었지만, 명절에는 할 수 있는 한국 음식이 별로 없어 마음이 무겁습니다.
매년 형님들이 음식 하는 방법을 보고 배우면서 다음에는 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하지만 십여 년이 넘도록 못 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아무리 혼자서 해보았지만, 맛이 안 납니다.
한국 음식은 손맛이라고 하는 말이 무슨 말인가 했지만, 지금은 이해가 갑니다.
몽골 음식은 신선한 고기와 야채 재료면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지만, 한국 음식은 절대 그렇지가 않은 것 같습니다.
그 손맛은 어렵고 힘듭니다.
그래도 다시 한번 이번 설 명절에는 시댁 형님들의 손맛 나는 음식들을 조금 더 배워가며 나도 언젠가는 맛있는 한국 음식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으로 명절을 보냈습니다.
그럼에도 아직 배울 게 많기 때문에 한국 명절은 결혼 이주 여성들에게는 어렵기만 한 날로 결혼 이주 여성뿐 아니라 대한민국 모든 여성분의 수고와 격려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터보 가람한드 명예기자(몽골)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