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며느리들은 명절이 돌아오면 심적 부담을 안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래서 요즘의 명절 문화는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듯하다. 명절 연휴기간 외국여행을 하는 가족도 있고, 부모님이 계시지 않은 집안에서는 캠핑장을 찾는 가족도 있다.
언젠가 김경일 교수가 쓴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라는 책이 유행이 됐던 적이 있었다. 봉건제 사회의 공자가 민주주의 시대의 정신문화를 지배하는 모순을 비판해 독자들의 공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유교는 봉건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등장한 인위적인 질서를 가르치는 학문이다. 당시의 가정과 사회, 국가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했던 이데올로기가 유교였던 것이다.
과거 대가족제 농업사회가 산업사회로 바뀌면서 가족 구성원이 핵가족으로 살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전통 가치관의 기성세대들과 산업사회의 자유분방한 젊은이들의 가치관이 가부장 중심의 문화나 제사문화 등에서 문화충돌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런지 핵가족 중심의 요즘은 조금씩 명절문화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어떤 부모님들은 자손들이 더 이상 차례나 제사를 지내지 않게 생전에 기독교로 개종을 하기도 한다. 실제로 같은 이유로 필자의 사돈댁도 개종을 하셨다.
또한 필자의 지인은 본인을 포함해서 며느리가 셋이 있는데 모두 매주 시어머님께 전화해서 장을 같이 보고 명절 때 시댁 찾는 것에 부담을 갖지 않는다고 자랑삼아 이야기를 한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지인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같이 장을 보면 시어머님이 며느리들이 장 본 것까지 다 계산을 한다고 한다. 그러니 왜 매주 며느리들이 먼저 시어머님께 전화해서 같이 장 보러 가자고 하지 않겠는가.
또 명절 때는 차례를 없애고 간단하게 감사 기도를 하고 외식을 한다고 한다. 그러니 며느리들이 왜 명절을 두려워하겠는가. 또한 며느리 생일 때는 아들 내외에게 외식을 하라고 용돈을 주고 아이들을 맡아준다고 한다.
시부모님 생일 때는 10만 원 내외로 자신들의 선물을 정해주고 외식을 하되 음식 값은 부모님이 낸다고 하니 자식들이 부담이 없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으니 그렇다고 반박할지도 모르지만 이건 경제적인 문제이기보다는 어떤 마음으로 상대를 대하느냐 하는 마인드 문제인 것이다. 경제적으로 어렵더라도 처한 그 선에서 바람직한 상황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각박한 경쟁 사회, 가족의 의미는 해체되고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는 시대를 맞으며 가족·친지들이 모여 두런두런 덕담과 세뱃돈 나누던 모습도 점차 추억으로 사라질까 걱정이다.
김소영/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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