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외야수 김문호 |
롯데 자이언츠에서 방출돼 선수생활에 큰 위기를 맞았던 김문호가 독수리 유니폼을 입고 발톱을 곧추세웠다.
2006년부터 지난 시즌까지 롯데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빈 그는 무적신분의 아픔을 경험해서인지 눈빛과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간절함이 배어 나왔다.
최근 서산전용연습구장에서 만난 그는 신인과 육성·재활 선수 22명과 몸을 만들고 있었다.
김문호는 "팀을 처음 옮기다 보니 어색한 부분이 있었는데 모두가 따뜻하게 반겨줬다. 이글스 캠프를 가보진 않았지만, 신인들과 기존 선수들의 운동하는 모습을 보니 왜 상대 팀이 9회까지 긴장을 끈을 놓지 못하게 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이 느낀 한화의 분위기를 전했다.
김문호는 프로데뷔 후 뒤늦게 꽃을 피운 선수로 꼽힌다. 고교 시절 정확성과 기동력을 겸비한 '천재 타자'로 불렸지만, 프로에서는 자신의 기량을 만개하지 못했다.
그는 프로데뷔 10년 만에 두각을 드러냈다. 2016년 140경기에 출전해 타율 0.325, 7홈런 70타점을 기록하며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2017시즌에도 131경기 타율 0.292, 2홈런 35타점을 올렸다.
그러나 2017시즌 종류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민병헌이 롯데에 오면서 입지가 좁아졌고, 전력 외 선수로 팀에서 방출됐다.
김문호는 "방출 소식을 듣고 담담했다. 부모님과 처가에서도 티를 안 냈는데 내심 걱정을 많이 하셨던 거 같다. 그러던 중 한화에서 연락이 왔다는 소식을 전했는데 아내가 많이 울었다. 그런 모습을 모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면서 "제가 가정을 꾸렸고 책임감도 느끼고 있다. 롯데에서 쉽게 나왔기 때문에 후회 없이 뛰자는 마음을 먹었다. 한화 구단에서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게 가장 큰 목표"라고 말했다.
지난 28일 김문호에게 좋은 소식이 전달됐다. 30일 떠나는 '2020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47명 명단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김문호는 지난 서산 인터뷰 당시 "캠프에 간다면 우선 내년 시즌 경쟁을 위해 강점인 출루율과 콘택트 능력을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훈련에 집중하겠다. 또 야구 외적으로 선배와 후배들의 중간에서 가교 역할을 하면서 팀원으로 녹아들겠다"고 밝혔다.
한 번의 아픔을 겪은 김문호는 한화에서 무주공산인 외야 한자리를 놓고 9대 1의 경쟁이 불가피하다.
김문호는 "프로에서는 경쟁이 당연하다. 매년 방심할 수 없다. 한순간에 주전 자리를 놓치는 게 프로다. 저한테 있는 모든 장점을 야구장에서 보여줘야 한다"며 "감독님과 코치님들의 눈도장을 받기 위해서는 좋은 타격과 수비가 뒷받침돼야 한다. 잘 보이기 위해 몸을 끌어 올리기보다 가지고 있는 장점을 보여드리고 선택을 받겠다"고 각오를 말했다.
이어 "목표 수치는 정하지 않았지만, 경쟁에서 살아남는 게 1차 목표다. 이후 100경기 이상 출전하고 싶다"며 "2년 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해 실전 경험이 부족하다. 많은 경기에 나서는 게 올 시즌 가장 큰 목표"라고 전했다.
현재 몸 상태에 대해서는 "신인들과 함께하니 젊어진다는 느낌이 있다. 훈련하면서 몸이 가벼워지는 기분이 든다"며 "방출 통보 후에도 꾸준히 운동을 해왔다. 몸 상태는 70~80%가량 끌어 올린 것 같다. 캠프에서 목표를 갖고 열심히 훈련해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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