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에서 구심점 역할을 해줄 '상수'로 기대를 모았던 이 전 총리의 자진 강판에 따라 충청 보수진영이 '대체재'를 찾아야 하는 비상이 걸렸다.
이 전 총리는 이날 자유한국당 공보실을 통해 "과감한 변화와 개혁을 위해선 세대교체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4월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나아가 "정치일선에서 물러나 세대교체와 함께 인재충원의 기회를 활짝 열어주는 데 미력이나마 기여하고자 한다"며 사실상 정계 은퇴의 뜻을 비췄다.
이 전 총리는 ""비록 정치권을 떠나지만, '이 나라가 어디로 가고 있나' 화두는 언제나 제 가슴 속에 자리할 것"이라며 "비조불탁수(飛鳥不濁水: 나는 새는 노니던 물을 더럽히지 않는다))의 심경으로, 대한민국의 발전과 국민의 평안을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정권교체 때마다 되풀이되는 정치적 혼란 탓에 국민은 힘들어하고 민생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며 "이념과 진영, 지역에 사로잡힌 구태정치를 버리고, 새로운 시대를 여는 변화와 개혁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정치권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보수통합에 대해서는 "소소한 이기심과 수구적 기득권을 내려놓고 초심으로 돌아가 함께 손잡고 다시 뛰어야 한다. 모쪼록 자유우파가 대통합을 통해 '분구필합'(나뉜지 오래되면 반드시 합쳐진다)의 진면목을 보여주길 염원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충청권의 대표적 친박(친박근혜)계인 이 전 총리는 "3년여 동안 고통 속에서 지내는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이 서둘러 이뤄지길 고대한다"고 전했다.
한편, 이 전 총리의 불출마로 인해 금강벨트 총선 정국이 또 다시 출렁이고 있다. 한국당은 충남 천안갑, 세종시, 홍성예산 등에서 출마를 준비했던 이 전 총리의 전략적 배치를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제는 다른 '선수'를 찾아야 하는 과제에 직면한 것이다.
한국당 충청진영 한 관계자는 "3선 의원, 보수 집권당 원내대표, 충남지사를 역임하며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이 전 총리가 총선링에 오를 경우 충청 보수진영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 것이 사실이지만,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싸운다는 각오로 반드시 승리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다음은 이 전 총리 '불출마의 변'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설 명절 잘 보내셨습니까.
먼저, 여러 가지로 부족한 저에게 과분한 사랑과 성원을 보내주신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두 분의 전직 대통령이 법정에 서는 불행한 현실에 정치도의적인 반성과 자괴감에 잠 못 이루고 있습니다. 이런 번민과 고심 속에서 정치권의 과감한 변화와 개혁을 위해선 세대교체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저는 오는 4월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습니다. 정치일선에서 물러나 세대교체와 함께 인재충원의 기회를 활짝 열어주는 데 미력이나마 기여하고자 합니다.
돌이켜 보면, 20대 초반 경제기획원 사무관으로 출발한 공직은 3선 국회의원, 민선 도지사, 원내대표, 국무총리에 이르기까지 45여 년의 긴 세월이었습니다. 바라옵건 데, 역지사지의 심경으로 작금의 여당은 오른쪽, 야당은 왼쪽을 더 살펴주었으면 합니다. 정치행위의 덕목과 주요과제는 조정·타협을 통해 이념과 노선의 갈등을 극복하는 협치와 국민통합입니다.
한 쪽으로 경도된 이념과 진영논리에 함몰된 작금의 현실 하에서 진영 간의 투쟁과 갈등만 솟구치고 있습니다. 이를 지켜보는 우리 국민은 너무 힘듭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은 상생과 협치의 가치구현을 통해 국민통합에 매진해주길 당부합니다. 아울러 야권도 타협과 똘레랑스 가치를 되살려야 합니다.
한편으로는 대내외적인 난제가 산적되어있지만,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점점 더 심화되고 있는 양극화 현상 타파가 시급합니다. 정치권을 떠나면서 감히 부연하자면, 정치권과 정당은 무엇보다도 힘없고 홀대받는 사회적 약자와 일상적 삶에 급급한 민초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와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을 적극 챙겨주기 바랍니다.
이념과 진영, 지역에 사로잡힌 구태정치를 버리고, 새로운 시대를 여는 변화와 개혁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권력과 세력은 분열되면 필히 합쳐지고(分久必合), 합쳐지면 필히 분열합니다(合久必分). 이는 지난 역사와 권력의 순환 속에서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남북통일은 우리민족의 숙명적 과제입니다. 급변하는 한반도 주변정세를 고려하면 과감하고 혁신적인 대북정책이 요망되기에, 그 과정이 힘들더라도 감상주의적 민족주의에 치중하는 것 보다 현실적 휴머니즘과 특히 인존사상의 잣대로 좋은 결실이 맺어지길 기대합니다.
작금의 정치가 피를 흘리지 않을 뿐 처절한 전쟁처럼 보여서 안타깝습니다. 정권교체 때 마다 되풀이 되는 정치적 혼란 탓에 국민은 힘들어 하고 민생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습니다. 3년여 동안 고통 속에서 지내는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이 서둘러 이뤄지길 고대합니다.
자유보수진영의 와해와 분열은 대한민국의 희망과 미래를 어둡게 하는 국가적 손실입니다. 소소한 이기심과 수구적 기득권을 내려놓고 초심으로 돌아가 함께 손잡고 다시 뛰어야 합니다. 모쪼록 자유우파가 대통합을 통해 '분구필합'의 진면목을 보여주길 염원합니다.
정치는 허업, 절대적인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등등 지난 날의 저의 경험 속에 축적된 회한과 만감이 밀려옵니다. 비록 정치권을 떠나지만, 이 나라가 어디로 가고 있나? 이 화두는 언제나 제 가슴 속에 자리할 것입니다. 비조불탁수(飛鳥不濁水)의 심경으로, 대한민국의 발전과 국민의 평안을 기원합니다.
그동안 저에게 후원과 성원을 해 주신 많은 분들과 국민 여러분께 거듭 감사드립니다.
2020년 1월 28일
前) 國務總理 李 完 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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