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오 변호사 |
시간을 되돌려보면 최순실의 행태에 분개하면서 나조차도 어린 딸을 데리고 광화문에서 촛불을 들었던 기억이 선명하지만, 2019년의 저 사건은 무언가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이다. 적어도 최순실 사태 때는 대다수의 국민이 하나의 명제를 가지고 거리로 나섰는데, 2019년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무엇이 문제였을까를 생각해봤다. 과연 검찰이 무리하게 압수수색을 한 것이고, 말도 안 되는 먼지털기식 수사를 벌인 것이 사실일까? 아니면 그냥 우리 편은 대충 수사해야 한다는 억지였을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압수수색 영장은 검사가 자기들 맘대로 받아낼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무리한 강제수사라는 말은 성립하지 않는다.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한다고 해서 법원이 모두 영장을 발부해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판사 시절, 검사들이 사석에서 영장 발부가 엄격하다고 불만을 털어놓는 경우가 다반사였던 기억이 난다.
일반적으로 영장을 발부하는 판사는 해당 사안이 영장을 발부할 수 있을 정도의 증거가 있는지를 살피고, 최소한도의 범위를 정해서 영장을 발부한다. 만약에 별다른 증거가 없다면 그대로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한다. 만일 새로운 증거가 더 나오면 검사가 기각됐던 영장을 다시 청구하거나, 이미 영장이 발부된 사안에서는 더 넓은 범위의 영장을 청구하고, 판사는 그 입증 정도와 필요성에 맞게 다시 범위를 정해서 영장을 발부하게 된다.
결국 검사가 무리한 압수수색을 했다고 욕하는 것은 그 영장을 발부한 판사에게 함부로 영장을 발부했다고 욕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데 내가 알기로는 그 어떤 판사도 정치적인 생각으로 자신의 업무를 처리하지는 않는다는 것이고, 헌법과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정당하게 영장 업무를 처리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미 압수수색 영장 발부 단계에서 어느 정도 잘못이 있는 것으로 소명됐다는 것이니, 조국 일가에 대한 강제수사는 정당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털어서 먼지가 나오지 않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다들 법을 어기면서 살고 있는 것 아니냐고도 말할 수 있지만, 그것도 말이 안 되는 것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할 정도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정도의 먼지를 뛰어넘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아니면 최순실은 징역 20~30년 정도의 잘못을 했으니 처벌하고, 조국은 징역 2~3년도 안 되는 정도의 잘못밖에 하지 않았으니 기소도 하지 말라는 것인가?
대전에 살면서 참 좋은 점은 어느 한 편만 들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아무리 우리 편이어도 잘못한 것은 잘못한 것이다. 내 아내는 항상 자신의 편만 들어주기를 바라면서 그러지 않는 내 태도에 늘 불평을 한다. 하지만 정치를 하겠다고 국민 앞에 섰으면 편들어 주지 않는다고 불평할 것이 아니라 반성하고 또 반성해야 한다.
이제 21대 총선이 코앞이다. 국민은 최순실을 제대로 막지 못해 엉망이 되어가는 나라를 위해 분연히 일어섰고, 그 책임을 물어 자유한국당을 제1당에서 끌어내렸다. 그것만으로도 성이 차지 않아 지방선거에서 한국당에 참패를 안겨줬다. 그런데 그것이 민주당이 잘해서 그런 것이 아니란 것을 기억해야 한다.
국민은 물론 잘사는 대한민국을 원하고 내 살림살이가 나아지기를 소망하지만, 가슴 깊숙한 곳에서 열망하는 것은 공정한 나라, 내 자식에게도 기회가 평등하게 주어지는 나라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종오 법무법인 베스트로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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