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주 정치부(체육담당) 차장 |
이승찬 회장은 지난 15일 경선으로 치러진 선거에서 전체 299표(투표율 95.8%) 중 161표(53.85%)를 얻어 초대 대전체육시장 자리에 올랐다.
3년이라는 긴 항해를 위해 허태정 시장으로부터 핸들을 이어받은 이승찬 호가 앞으로 어떤 물길을 헤쳐나갈지 주목된다.
이런 가운데 지역 체육계는 기대와 함께 우려 목소리를 내고 있다.
먼저 지역 대표 건설사인 계룡건설을 이끌고 있는 전문경영인 출신으로 분야는 다르지만, 그가 가진 리더십을 주목하고 있다.
2조50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거대 조직 수장으로 그가 가진 카리스마는 강렬한 메시지를 던진다.
특히 체육과 건설분야 접목한 공약은 신선함을 넘어 앞으로 대전 체육이 새롭게 가야 할 물꼬를 텄다는 평가다.
그동안 지자체 등에 의존한 예산을 공공체육시설 체육회 이양과 신사업 발굴을 통한 '예산 300억 원' 시대는 벌써부터 체육계의 기대를 달군다.
또 대전 체육발전을 위해 체육발전기금 조성, 학교체육-엘리트 체육-생활체육 선순환 구조 형성, 2030년 아시안게임 유치, 선진체육행정시스템 도입 등은 대전 체육의 백년대계 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이승찬 표 '공원특례사업' 등 연계 체육시설 확충은 그의 공약의 마침표라 할 수 있다.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경선으로 인한 후유증이 선결돼야 이 모든 과제를 풀어나갈 수 있다.
다른 지역에 비해 큰 잡음 없이 선거가 치러졌다는 점에서 크게 우려할 바는 아니지만, 체육인을 포용하는 리더십 이 급선무다. 공약 실천은 그 이후다.
경선에 함께 출마한 A 후보도 새롭게 출범한 이승찬 호에 힘을 싣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A 후보는 "3파전으로 치러진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지만, 모두가 대전 체육발전을 위해 나왔다"며 "서로 경쟁을 했지만, 좋은 선례를 남겼다. 초대 회장이 하고자 하는 일에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다만, 지방자치 단체장이 체육회장을 맡지 못하게 한 근본 취지인 정치와 체육 분리는 여전히 숙제다.
이미 부회장과 사무처장에 정치권 인사가 내정됐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이승찬 호는 내달 초 첫 번째 파도를 만난다. 이사회와 정기총회를 거쳐 민간체육회 1대 임원을 선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안정된 핸들링으로 파도를 헤쳐나갈지, 큰바람으로 인해 가고자 하는 방향을 선회할지 체육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민간체육회장 선거는 정치로부터 체육의 독립이다. 제아무리 뛰어난 리더라도 구성원의 목소리를 듣지 않으면 안 된다. 성경에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구절이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초대 체육회장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힘을 실어줘야 한다. 체육인만이 아닌 대전시민을 위해서 말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