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광장] 올해도 대전학생인권조례 제정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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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광장] 올해도 대전학생인권조례 제정 못하나

문은현 국가인권위원회 서기관

  • 승인 2020-01-22 13:23
  • 신문게재 2020-01-23 22면
  • 이현제 기자이현제 기자
문은현
문은현 국가인권위원회 서기관.
지난해 말 대전의 한 고교 재학생·졸업생들이 교사들로부터 지속해서 성희롱, 폭언 등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이러한 신고가 잇따르자, 대전교육청은 특별감사를 하고 그 결과 교사 11명에 대한 징계 결정을 했다.

지난달에는 해당 사건으로 조사를 받은 교사가 아파트에서 투신한 비극적인 사건도 발생했다.

대전 지역 각 학교에서는 성희롱 등을 폭로하는 '스쿨미투' 운동이 확산할 조짐을 보여 문제의 심각성이 깊어지고 있다.



지역에서 스쿨미투의 공통점은 학교의 권위적인 문화와 학생에 대한 과도한 통제, 교사의 성인지 감수성 결여로 인한 성차별, 성희롱, 폭언 등이 원인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관 시절 충청지역의 한 아파트 옥상에서 고교 1년 학생이 교복을 입은 채 뛰어내린 사건이 발생했다.

학생의 가방에 유서는 없었고, '각서' 한 장과 반성문이 들어 있었다.

각서엔 '나는 교칙을 위반할 경우 어떠한 처벌도 감수하고 스스로 자퇴할 것을 서약하며, 본 각서를 보호자 연서로 제출하겠다'는 내용이 있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학생에게 요구한 각서는 학생지도에 필요한 정도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헌법에서 보장하는 신체·양심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또 최근 대전에서 학생인권 문제로 대전인권사무소로 접수된 학생 관련 진정 중 '모 초등학교에서 학급 SNS를 이용해 학생들의 사진과 이름을 올리고, 공부를 잘한 아이들과 못한 아이들을 공개적으로 알리며 일기장 낭독 영상까지 공개한 것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침해'라는 결정을 했다.

'모 고등학교에서 학교생활 규정으로 학생들의 염색과 파마를 전면 제한하여 과도한 규제라고 판단해 헌법에서 보장하는 자기결정을 침해하는 것'으로 결정했고, '학교 내 휴대전화 소지를 금지하는 행위는 일반적 행동의 자유권 및 통신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권고 결정 내렸다.

지역 학생인권 문제는 지속 증가하는 추세지만 학생인권조례 추진을 반대하는 쪽의 '학생 훈육을 어렵게 하고 교권을 침해', '학생인권은 진보진영 정치적 구호'라고 비판하는 목소리에 대전 학생인권조례 제정 시도는 매번 좌절됐다.

학생인권조례는 그동안 소홀히 취급받았던 학교 내 학생 인권에 대한 보호, 학생도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보편적인 권리에 관해 규정해 놓은 것이다.

이는 헌법적 가치와 국제 인권협약, 초·중등교육법 등 상위법의 내용을 보다 구체화한 법규로서 법리적 타당성과 함께 사회적 동의도 갖고 있다.

학생인권을 강화하고자 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인권 강화의 추세와도 맥을 같이한다.

지난해 말 대전지역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생인권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중고생 70% 이상이 학생인권조례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대전시의회와 대전교육청은 아직 학생인권조례 제정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다.

학생인권조례가 이 지역에 미리 제정돼 지금까지 충실히 수행해 왔다면 최근 대전 지역에 '스쿨미투' 운동 확산, 인권위 학생인권 권고 증가추세와 같은 참담한 인권 문제를 맞이하지 않았을 것이다. 더불어 학생인권조례가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단순히 두발 규제나 체벌 철폐를 넘어 학생을 도구가 아닌 인간으로 존중하려는 인간 회복의 노력이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이 인간답게 대접해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하는 '성숙할 기회'를 부여하는 출발점이 학생인권조례의 제정이다. 하루속히 학생인권조례가 이 지역에 만들어져 타인의 인권을 존중하는 학교 문화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문은현 국가인권위원회 서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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