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부 조훈희 기자 |
"한 거 많은데 왜 그래. 청년 위한 정책도 만들었고 이것 저것 많이 했어."
예상되는 뻔하디 뻔한 흔한 가족의 설 명절 분위기. 윷놀이 할 때만 해도 신나서 으쌰으쌰 하다가도, 술 한 잔 씩 자시고 정치 얘기만 나오면 남이 되고 '내말이 맞네, 틀리네' 하는 그런 분위기.
총선을 앞두고 밥상머리 민심이 돌아온다. 정치인들이 가장 귀가 가려운 시기가 아닐까. 정치인들에게 대놓고 하지 못한 생각이나 불만을 가족들끼리는 적나라하게 꺼내니 말이다.
밥상머리 민심이 무서운 이유는 여기에 있다. 작은 가족부터 시작해 대가족이 정치에 대한 토론을 한다. 이견이 없다면, 혹 가족 중 누군가의 언변(?)에 넘어간다면, 어떤 정당이나 후보가 표를 잃거나 얻는 작은 계기가 될 테니까.
정치권도 알고 있는 듯하다. 작은 계기들로 본인의 지지율이 바뀌고, 본인의 지지층이 줄어들거나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을. 이 때문에 총선을 앞둔 이들은 더더욱 분주하게 움직인다. 현역뿐 아니라 예비후보, 각 정당까지도 마찬가지다. 귀향길 인사부터 시작해 명절 민심을 훑기 위해 곳곳을 누빈다.
한 예비후보는 "첫 출마인 만큼 지역 곳곳에서 최대한 많은 시민 여러분께 자신을 알리면서 돌아다니겠다"며 명절 밥상머리 민심을 터닝포인트로 봤다.
명절 인사만이 중요한 게 아니다. 총선 출마하는 인사들이 피로도 높은 현안들을 어떻게 처리할지 공약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 요소다. 충청권은 현안이 산적해있다. 대전충남 혁신도시 지정, 세종시 행정수도 완성, 충북 강호축 메카 육성 등을 통해 충청권이 도약할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중도일보 신년 여론조사에서도 4개 시도는 이번 총선에서 후보를 선택할 때 '능력'을 가장 많이 본다고 답한 것도 이와 다르지 않다.
현재 금강벨트 의석수는 더불어민주당 15석, 자유한국당 12석으로 거대양당이 양분하고 있다. 공직선거법 개정안 통과에 따라 충청권에서 현재 보다 1석 늘어난 모두 28석이 될 것으로 유력하다.
대전은 이번 총선에서 결과를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다. 롤러코스터급 지지율 변화가 큰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변수도 상당하다. 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의 혁신통합추진위원회에 따른 보수통합 여부는 물론, 지난 19일 귀국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향후 거취 등 표심에 대한 변수가 곳곳에 포진돼 있다.
정치는 승자와 패자가 명확히 갈린다. 총선을 앞두고 민심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설에 정치권이 정신없이 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앞으로 4년의 충청권의 명운을 가를 총선은 세 달도 남지 않았다.
눈코뜰새 없이 바쁘셔서 할 일은 태산이겠지만, 아무쪼록 민족 대명절 설에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 조훈희 기자 chh7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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