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목동 3지구’ 이렇게 잊혀지나… 첫 지역리서치 전시작품 폐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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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목동 3지구’ 이렇게 잊혀지나… 첫 지역리서치 전시작품 폐기 우려

'막다른 골목 사라진 집들' 전시 종료로 철거 착수
참여작가 작품은 개인 작업실로 모두 이관 돼
피아노와 철거지역서 수거한 오브제 기록가치 있어
"도시재생과 기록 공존해야… 아카이브 공간 절실"

  • 승인 2020-01-21 08:33
  • 신문게재 2020-01-21 6면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목동 콜렉션
여상희 작가가 목동3지구에서 모은 각종 오브제로 선보인 '목동컬렉션'
고 노무현 대통령의 하숙집, 선교사촌, 1세대 건축가 박만식 교수가 지은 주택, 그리고 이름 모를 누군가의 집까지…

이 모든 것들을 고이 간직하던 대전 중구 목동 3지구의 역사와 기록이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재개발사업으로 사라질 위기를 넘기고 한 달 동안 목동 3지구를 기록하고 기억할 전시가 막을 내리면서다.

대전문화재단은 목동 3지구를 주제로 지원한 지역리서치 프로젝트인 '막다른 골목 사라진 집들' 전시를 선보였다. 도시정비사업으로 사라지는 마을의 문화적 자산을 조사하고 기록하는 기획전시로, 지난 19일 전시를 종료했다.



전시가 막을 내리자마자, 문화예술계를 중심으로 전시 기간 큰 울림을 보여줬던 작품과 기록 오브제 등이 보관할 장소가 없어 폐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마을의 자산이고 나아가 대전의 근현대 기록물이 될 전시작품을 보존·관리할 수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막다른 골목 사라진 집들' 전시에서 여상희 작가는 250채에 달하는 목동 3지구를 모형으로 재현했다. 전시 초창기 무채색이었던 집들은 사진 자료를 바탕으로 색이 입혀졌고 전시 기간 완성도를 높여가는 진행형 전시로 선보였다.

여기에 철거물로 버려진 쓰레기 틈에서 발견한 신문과 조각상, 조명, 사진첩으로는 도시재생 후 남겨진 쓸쓸함을 설치 예술로 표현하기도 했다.

이상희 목원대 겸임교수는 선교사촌과 박만식 건축가가 지은 이주민 노수 씨의 주택을 모형으로 제작했다. 박상희 피아니스트는 목동에서 나온 약 70년 이상 된 것으로 추정되는 피아노를 직접 연주해 감동을 더 했다.

목동에 살았던 이주민들은 전시를 보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고 때론 추억에 잠기는 등 마을 기록의 가치를 재확인한 의미있는 전시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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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3지구 철거 주택에서 나온 오브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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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희 목원대 객원교수는 선교사촌과 박만식 교수가 지은 주택을 모형으로 전시했다.
하지만 작품들과 목동 3지구에서 나온 기록물의 앞날을 장담할 수 없다.

지역리서치를 총괄한 대전문화재단 관계자는 "참여작가의 작품은 개인 작업실로 이전했고, 문서 전시물 원본은 중구청에 반납할 예정이다. 건축모형 중 박만식 건축가의 집은 이주민 노수 씨에게 전달했다"며 철거 과정을 전해줬다.

이어, "박상희 피아니스트가 연주한 피아노는 현재 문화재단이 기타 장소에서 보관 중이나, 다른 오브제들과 함께 폐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며 "결정된 사안은 아니지만, 철거현장에서 수거됐기 때문에 이미 동네와 사라진 것들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폐기하는 이유는 보관할 장소가 없기 때문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얘기다. 더이상 연주할 수 없는 피아노, 누군가에는 낡은 시계와 사진일 뿐인 기록물을 가치 있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지 못한 이유도 연장선에 있다.

여상희 작가는 "박물관에 이관도 고려해봤지만, 받아줄지도 의문"이라며 "등록 유물이 되면 체계적인 관리가 되겠지만, 미등록 유물이 되면 평생 수장고에서 빛을 볼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대전문화재단 관계자는 "도시재생과 기록, 아카이브는 공존해야 한다"며 "지역리서치 사업이 꾸준히 이어지기 위해서라도 도시재생 지역에 마을기록관인 아카이브존을 마련해야 한다. 나아가서는 근현대 기록물을 모으고 관리할 수 있는 대전기록원의 조성도 심도있게 논의할 때"라고 했다.
이해미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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