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경자년이 시작된 지도 어느새 20여일이 지나간다.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는 것에 무감각해져 가지만 올해는 조금 남다르다. 바로 30대의 마지막이자 '아홉수'에 드는 해이기 때문이다.
딱히 미신을 믿지는 않지만 '아홉수'에 대한 이야기는 하도 많이 들어서였을까. 언젠가부터 막연히 20대에 결혼을 하게 된다면 29살에는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아홉수'전인 28살에 결혼을 해야겠다고.
난 마음 먹은대로(?) 28살에 결혼을 했고, 나의 29살은 무탈하게 지나갔다.
9, 19, 29와 같이 아홉이 든 수를 말하는 '아홉수'. 언제부터 이렇게 아홉이란 숫자는 미운털이 박혔던 것일까. 네이버 국어사전에 따르면 '남자 나이에 이 수가 들면 결혼이나 이사와 같은 일을 꺼린다'고 명시돼 있다(왜 남자만 대상인건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딱히 '아홉수'에 대한 역사적 근거나 이유를 찾기는 어렵다.
가장 유력한 이론은 숫자 9가 10이 되기 이전의 '불완전한 상태'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9는 십진법 체계 '1, 2, 3, 4, 5, 6, 7, 8, 9'의 한자리 수 중에서 가장 큰 힘을 가졌지만, 동시에 10, 100, 1000 등의 '완성된 숫자'가 되기 직전의 미완성의 상태라는 것이다.
2017년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도깨비'에서도 저승사자 역할을 맡았던 이동욱이 이에 대해 언급하기도 한다. "아홉수는 신의 수이자 10에 가장 가까운 미완의 숫자"라고.
숫자 '9'가 '미완성'의 의미로 쓰이는 경우는 또 있다. 한국전설 속 공포의 대명사 '구미호'는 꼬리가 9개 달린 여우이다. 인간이 되고 싶어 사람의 간을 먹지만 결국 소원을 이루지 못한다. '사람'이라는 완성을 이루지 못한 것이다.
애니메이션의 고전으로 꼽히며 아직도 많은 팬을 갖고있는 '은하철도 999'에서의 9도 미완의 의미를 담고 있다.
원작자 마츠모토 레이지는 과거 한국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999라는 숫자는 미완성을 뜻한다. 1000은 소년에서 어른이 된다는 것을 의미하며, '은하철도 999'는 영원히 완성되지 않을 이야기"라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숫자 9가 꼭 안 좋은 의미로만 쓰이지는 않는다. 바둑 9단, 주부 9단처럼 우리는 어떤 일을 뛰어나게 잘하는 사람을 칭할 때도 9를 사용한다.
또 중국에서는 숫자 8과 함께 9가 행운의 숫자로 여겨진다. 또한 최고로 높은 숫자이기에 예전에는 황제만 사용하는 숫자 였다고도 한다.
완성의 '10'을 앞둔 미완성의 숫자 9. '아홉수'는 새로운 연령대에 진입하는 기대와 불안감이 공존하면 만들어낸 문화가 아닐까. 그러니 무조건 조심하며 몸을 사리기 보다는 완성된 10을 향한 재도약의 시기로 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나와 함께 아홉수를 맞은 모두에게 응원의 말을 전한다.
설렌다, 나의 서른아홉.
서혜영 편집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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