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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거릿 애트우드 지음│김선형 옮김│황금가지
새 책 『증언들』 표지의 하얀 보닛과 의상이 낯익은 독자가 있을 것이다. 2017년 미국 드라마 '핸드메이즈 테일' 속 여성들이 입고 있던 의상이며, 아르헨티나, 헝가리, 폴란드 등지에서 낙태죄 폐지 등 페미니즘 운동의 상징으로 등장했던 옷이기 때문이다.
드라마 '핸드메이즈 테일'의 원작은 한국에서도 세 번의 개정판을 내고 10만부 이상 판매됐던 『시녀 이야기』다. 미국에 세워진 가상의 전체주의적 국가 길리어드를 배경으로 철저하게 재생산의 도구로 전락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충격적인 설정으로 들려주며 성과 권력의 어두운 관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작품이다. 드라마로 제작된 이후엔 '미투 운동'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반대 운동의 상징으로도 자리잡았다.
『시녀 이야기』로부터 15년 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증언들』은 각기 다른 환경과 직업을 가진 세 여성의 증언을 바탕으로 전작에서 풀어내지 못한 이야기와 함께 길리어드 정권의 몰락 과정을 다루고 있다. 전작에서 악명높은 교육자인 철의 여인 리디아 아주머니는 수기로 부패한 권력자들의 민낯을 드러내고, 길리어드 밖에 살던 캐나다 소녀 데이지는 녹취록으로 길리어드로 인한 세상의 혼란을 보여준다. 마지막 인물이 표지의 주인공인 아그네스다. 시녀의 붉은 옷과 다른, 결혼을 앞둔 소녀의 복장인 녹색 옷을 입은 그는 사령관의 양녀지만 팔려가듯 다른 사령관과 결혼해야 하는 위기에 처한다.
작가는 전작 시녀들 속 길리어드에 대한 독자들의 질문이 이 책의 영감이 됐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또 하나의 영감이 있다면 "우리가 살고있는 이 세상"일거라고 말한다. 작품은 "우아한 언어와 탁월한 구조의 문장으로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한 통찰력을 주고 우리의 마음에 반향을 일으키는 캐릭터를 창조했다"는 평을 받으며 지난해 부커상을 수상했다. 가상의 세상에서 살아가는 세 여성의 증언은 놀라우리만치 흥미진진하고 빠르게 읽힌다. 그 속에 지금의 현실 역시 증언된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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