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모시올 사이로 바람이

  • 문화
  • 문화/출판

[새책] 모시올 사이로 바람이

충남 서천 출신 구재기 시인 펴내

  • 승인 2020-01-16 08:16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모시올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록된 '한산모시짜기'의 모든 과정이 담긴 구재기 시인의 시집 '모시올 사이로 바람이' 출간됐다.

베틀에 앉아 모시를 짜고 있는 소녀, 베틀 명칭과 상세한 해설이 나온다. 시집이 아닌 모시짜기의 전 과정을 보여주는 듯하지만 이 속에는 모시짜기의 위대함, 농촌의 삶, 아낙네들의 한 맺힌 고단한 모습을 노래하는 시 72편이 담겼다.

모시풀 재배과정, 모시풀에서 모시옷이 되기 위한 제직과정, 베틀을 다루는 모습, 모시방에 얽힌 에피소드까지 총 4부에 모시와 관련한 일화들이 빼곡하다.

평론가 황정산 교수는 "구재기 시인은 모시의 소박하면서도 단아하고 정갈하고 감각적인 모시의 미학이 잘 드러난다"며 "모시의 아름다움에 뒤에 감춰져 있는 농민들이 삶과 노동에 대한 애정도 함께 보여주고 있다"고 해설했다.



이어 "하나의 소재를 가지고 시집을 꾸민다는 것은 소재에 집착한 나머지 각 시편의 완성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크지만, 이 시집에서는 시 한 편 한 편이 생생한 이미지와 분명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완결 미학을 보여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두 무릎도 성한 날이 없어야 / 앞니에는 이골이 나서 / 차마 웃을 일도 없어야 / 비로소 완성되는 / 모시 한 필 -모시 한 필 중에서

찐득찐득 습기 가득한 그 어느 여름날 / 바로 오늘같이 무더운 날 / 삶의 무게를 무새하게 만드는 쓸쓸함이 / 소리 소문도 없이 찾아온다 / 홀로 모시를 째고 있는 엄니의 / 깡마른 앙가슴이 가려진 생모시적삼 / 모시올 사이로 작은 바람이 인다 -모시올 사이로 바람이 중에서

구재기 시인은 시집 서두에서 "모시풀 포기나누기부터 싹틔우고, 기르고, 수확하고, 째고 삼고 날고 매고 짜서 이룬 한산 세모시 옷, 올 올마다 흥건한 우리의 어머니들, 누이들의 석 되나 되는 침, 그 고운 냄새에 나는 이미 이골이 나도록 길들여 있다"며 모시짜기와 자신의 삶의 배경을 전했다.

한편 시집에는 잊힌 농촌의 말과 모시짜기에 사용되는 용어들이 구체적으로 나온다.

날실을 감는 틀인 '도투마리', 날실의 건조를 막기 위해 날실에 물을 축이는 데 쓰는 '젖을개' 등 모시 용어 사전이라 불러도 무방할 정도다.

모시올 사이로 바람이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 창작 기금을 받아 펴냈다.
이해미 기자 ham7239@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1.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2.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3.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남대 공동학술 세미나
  4.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5.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헤드라인 뉴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년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개최가 2024년 가을 문턱을 넘지 못하며 먼 미래를 다시 기약하게 됐다. 세간의 시선은 11월 22일 오후 열린 세종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이하 산건위, 위원장 김재형)로 모아졌으나, 결국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산건위가 기존의 '삭감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서다. 민주당은 지난 9월 추가경정예산안(14.5억여 원) 삭감이란 당론을 정한 뒤, 세종시 집행부가 개최 시기를 2026년 하반기로 미뤄 제출한 2025년 예산안(65억여 원)마저 반영할 수 없다는 판단을 분명히 내보였다. 2시간 가까운 심의와 표..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생존 수영 배우러 갔다가 수영의 매력에 빠졌어요." 접영 청소년 국가대표 김도연(대전체고)선수에게 수영은 운명처럼 찾아 왔다. 친구와 함께 생존수영을 배우러 간 수영장에서 뜻밖의 재능을 발견했고 초등학교 4학년부터 본격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김 선수의 주 종목은 접영이다. 선수 본인은 종목보다 수영 자체가 좋았지만 수영하는 폼을 본 지도자들 모두 접영을 추천했다. 올 10월 경남에서 열린 105회 전국체전에서 김도연 선수는 여고부 접영 200m에서 금메달, 100m 은메달, 혼계영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무려 3개의..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속보>="내 나름대로 노아의 방주 같아…'나는 자연인이다' 이런 식으로, 환경이 다른 사람하고 떨어져서 살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아요." 22일 오전 10시께 대전 중구 산성동에서 3층 높이 폐기물을 쌓아온 집 주인 김모(60대) 씨는 버려진 물건을 모은 이유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이날 동네 주민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성이 드디어 무너졌다. <중도일보 11월 13일 6면 보도> 70평(231.4㎡)에 달하는 3층 규모 주택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청소하는 날. 청소를 위해 중구청 환경과, 공무원노동조합, 산성동 자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