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도시와 행정수도는 비단 충청 안에 갇히는 의제가 아닌 문재인 정부 국정 기조 중 하나인 균형발전과 지방분권과 맞닿은 국가적 백년대계임에도 미지근한 스탠스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순실 국정농단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생긴 조기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낸 충청권으로선 두고두고 아쉬운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14일 신년기자회견에서 대전 충남 혁신도시 지정과 관련 "총선을 거치면서 검토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문 대통령 발언에 대한 여야 해석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는 데 전폭 지원사격을 기대했던 560만 충청인들의 눈 높이에 못 미쳤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균형발전과 지방분권, 상생발전을 위한 충청권공동대책위원회는 15일 성명을 내고 "대전 충남 혁신도시 지정을 위한 국가균형발전특별법안 개정안은 여야 간 큰 이견이 없음에도 총선 이후로 미루는 것은 오히려 혁신도시와 공공기관 이전을 국토균형발전이 아닌 정략적 영역으로 후퇴시킨 것"이라고 문 대통령 발언을 비판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선거에 이용하려는 한다는 '총선용' 또는 대전시와 충남도가 혁신도시로 지정됨으로써 정부 지원이 쪼개지는 타 지역에 대한 '눈치보기용' 발언이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어정쩡한 태도는 비단 이번 뿐만이 아니다. 세종시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 필수 인프라이며 문 대통령 대선공약이기도 한 국회 세종의사당(국회분원) 설치 근거를 담은 국회법 개정안 처리와 관련해서도 미지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법 개정안은 2016년 20대 국회 개원 직후 세종시를 지역구로 둔 충청 출신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발의했지만, 3년 동안 국회 운영위에서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낮잠을 자고 있다. 여당 원내대표 몫인 운영위원장 역시 현재 충북 충주가 고향인 이인영 의원(구로갑)이 맡고 있다는 점에서 여당이 이 사안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18년 초 열린 개헌 정국에서도 충청권의 아쉬움은 컸다. 당시 국회에서 '행정수도=세종시' 헌법 명문화 주장에 있었고 국민 여론도 이에 우호적이었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에선 '수도는 법률로서 정한다'라는 조항으로 우회했다.
개헌이 무산돼 결국 행정수도 개헌이 없던 일이 되긴 했지만 정권교체나 국회 의석수 변화에 행정수도 정책이 영향을 받지 않는 헌법 명문화가 아닌 법률위임이라는 우회로를 택한 을 택했다는 점에서 충청권의 실망감이 감지되기도 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41.08% 득표율로 당선됐다. 충청권에선 대전 42.93%, 세종 51.08%, 충북 38.61%, 충남 38.62% 등으로 4개 시·도 평균 득표율 42.81%로 전국 득표율을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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