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일단 시청의 해당 부서 사람들을 만났다. 대전 의료원 사업에 대해 당시까지 진행했던 구체적인 추진 방향을 중심으로 대화했지만, 필자는 집중하지 않았다. 사업 속도가 느린 진정한 이유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10분 정도 대화를 나누자 조금씩 이해가 가는 부분이 들렸다. 주관적인 생각으로는 크게 두 가지였는데, 첫 번째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비타당성 조사가 엄격한 부분이었고 두 번째는 지역 내 의료계의 적극성이 없다는 점이었다.
한국개발연구원의 입장도 이해가 간다. 총예산 1300억원이 넘어가는 대형사업이니 모든 조사사항에 대해 엄격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대통령의 공약사업인데 사업추진이 너무 원활하게 진행된다면 정치적인 눈치도 보이겠다고 생각했다. 예비타당성 조사에 대해 세종 충남대병원과 조금 다른 행보를 보인다고 느꼈지만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시에서 잘 헤쳐 나갈 것이라 믿고 있다.
두 번째는 지역 내, 특히 규모가 큰 종합병원의 적극성이다. 간혹 지역 내 의사들의 인터뷰를 진행할 때마다 의료원 건립에 관한 주관적인 생각을 물었다. 모든 의사가 공식적으로는 '대전의료원 건립에 관해 적극 찬성한다'는 의견을 내보였다. 하지만 비공식적으로 각 종병들은 '우리가 적극성을 보여야 할 의무가 있나', '지역 내 종병들이 역할을 잘하고 있는데 굳이 필요한가' 등의 속내를 알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제 만나는 의사들에게 같은 질문을 해도 필자는 속으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좀 솔직해집시다. 의료원 생기면 환자 뺏기니까 건립 반대하잖아요' 라고.
사실 지역 의료계에 대해 기대치도 크지 않았고, 처음에는 의사들에게 희생을 강요한다고 생각해 의료계 입장을 이해하려 했다.
하지만 메스를 잡기도 전 양심과 위엄을 가지고 의료직을 수행한다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외친 사람들에게 지역 의료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 힘을 모으자고 하는 것이 희생을 강요하는 것인가.
또한, 각 종병들이 지역 내에서 훌륭한 역할을 해주고 있지만 부족한 부분도 물론 있다. 예를 들면 감염병에 관한 부분이 대표적인 예인데, 작년 한 해 동안 대전지역이 A형 간염, 홍역, 수두 등의 감염병에 얼마나 처참한 상황을 보였는지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이처럼 각 종병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에 대해 대전의료원 건립으로 힘을 합치자는 뜻이다.
전국 광역시 중 유일하게 감염병 하나 대처하지 못하면서 다음날이 되면 또 광고할 것이다.
'수도권으로 병원 가지 마세요. 지역 의료의 질을 믿어주세요'
신가람 행정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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