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제 기자 |
지난 6일 어린이 보호구역임에도 30km/h가 아닌 이유를 묻자, 담당 경찰에게 받은 답변이다.
"주도로라서 30으로 내리면 차량 흐름이 크게 방해된다"라는 말이 뒤이어 나왔다.
어린이 보호구역임에도 현재 제한속도가 50km/h인 곳이면, 50km/h 단속 카메라를 설치하느냐는 물음에 답은 "당연하다"였다.
지난 12월 10일 도로교통법 개정안(일명 민식이법)이 국회를 통과했음에도 허점은 너무 치명적이다.
아무리 단속카메라를 설치하면 뭐하나. 30km/h에도 사망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것이 어린이 교통사고인데 여전히 50, 60km/h로 차량 속도를 제한하고 있으니.
취재 중 놀랄만한 대답이 계속 들렸다. 그리고 그 어느 기관도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구조였다.
경찰은 도로교통법에 따라 간선도로 혹은 주도로인 경우 '어린이 보호구역을 30km/h로 하향할 수 있다'는 조항을 이유로 굳지 민원을 들을만한 일을 안 해도 됐던 것이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원활한 교통이 이뤄지는 선에서 제한속도를 정한다는 말만 반복했다.
심정적으로 이해는 된다. 경찰은 교통안전 측면에 기준을 두고 일하는 것을.
그렇다면 교육청은? 당황스러울 정도로 당당했다. "우리 소관 아니다"
어린이 보호구역 지정은 시청에서 하고, 과속이나 교통 법규 위반은 경찰에서 하기 때문에 교육청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누구의 책임이고 누가 고쳐가야 하나?
분명 사망 피해자가 나타났고, 법도 개정돼 시행을 앞둔 상황에서 나올 수 있는 답변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복불복 게임을 하듯이 '나만 아니면 돼'란 식의 생각을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내가 이 부서에 있을 때만 안 터지면 돼'.
민식이 부모가 '민식이법' 통과 당시 법안 가결과정을 직접 국회에서 지켜보는 모습이 국민의 가슴까지 뜨겁게 만들었다. '이렇게 사용하라고 지은 이름이 아닌데'라고 울며 읊조리는 민식이 부모 모습에 '왜 이제야 통과됐느냐'는 반응을 온라인에서 줄을 이었다.
어렵게 통과한 법으로 어린이보호구역에서만큼은 어린이들이 보호받을 수 있을 거란 기대와 안도가 ‘맘 카페’와 학부모 사이에선 큰 이슈였다.
기사를 두 번이나 쓴 후에 정부가 발표한 '어린이 보호구역 교통안전 강화대책'으로 앞으로 모든 어린이 보호구역이 30km/h로 줄어든다.
그러나 또 관계 기관들은 위에서 내려오는 허점투성인 지침만 따를 것이란 생각에 벌써 가슴이 답답하다.
민식이 부모처럼 옳은 일을 나서서 할 수 있는 부모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실제 가슴에 묻어 먼저 보낸 아이로 평생 씻을 수 없는 응어리를 가지고 살아가는 이들이 얼마나 많겠는가.
이게 무슨 어린이 보호구역인가, '어른이' 편한 보호구역이지.
이현제 기자 gusw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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