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추미애와 윤석열의 소신과 거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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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디세이]추미애와 윤석열의 소신과 거역

서준원 정치학 박사

  • 승인 2020-01-13 11:40
  • 신문게재 2020-01-14 22면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서준원사진(2)
서준원 박사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던 검찰 간부들이 모조리 좌천됐다.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서 윤석열 총장의 수족이 다 잘린 셈이다. 청와대와 법무부는 균형있는 인사로 규정했지만, 특정지역 출신이 검찰 주요 직을 독식했다.

이것으로도 분에 안 찼는지, 청와대와 여당, 이낙연 국무총리와 추미애 법무부 장관 게다가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까지 윤 총장을 상대로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대다수의 네티즌도 현 정권의 ‘내로남불’과 후안무치를 외치고 있다. 야당도 상황 타개에 나서고 있지만, 현 정권의 우격다짐 독주에 역부족이다.

추미애 장관은 윤 총장이 자신의 명(命) 거역했다고 천명했다. 뜬금없이 거역(?)이란 왕조 시대의 어법이 21세기에 등장했다. 등골이 오싹하고 모골이 송연한 표현이지만, 그런 생각을 지녔다는 점이 더 소름 끼친다.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는 국민의 뜻에 역반하는 권력행사도 왕조체제의 거역이나 다름없다. 이전 정권부터 갖은 고초를 겪으면서 헌법과 원칙을 견지해왔던 윤 총장의 소신 행위가 거역으로 내몰리다니, 전체주의와 권위주의 시대의 암울했던 과거가 연상된다. 참 답답한 노릇이다.

추 장관은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던 인물이다. 거역(?)의 여파에 무릎을 꿇는 삼배 속죄를 했고, "내 인생의 가장 큰 실수이자 과오"라고 실토했다. 그런 추 장관이 직제개편 등 다양한 방법으로 윤 총장의 손발을 꽁꽁 묶어두려고 하니, 또다시 ‘인생의 가장 큰 실수이자 과오’로 귀결될지 두고 볼 일이다.



문 정권 측근의 비리의혹을 파헤치는 검찰 수사에 청와대가 떳떳하다면, 오히려 성역없이 파헤치라고 대응해야 마땅하다. 게다가 문 대통령은 윤 총장에게 ‘살아있는 권력의 비리라도 엄정수사’를 명(命)해 놓았던 장본인이다. 윤 총장이 관련 수사를 중단하거나 은폐하는 자체가 임명권자의 명에 반하는 일이다. 명을 내린 자와 명에 따르는 자, 누가 거역하고, 누가 소신이 있는지 국민은 다 지켜보고 있다.

수사방법과 과정에서 검찰의 불법적 행태가 나온다면 백번 지적해도 나무랄 것이 없다. 알량한 빌미를 구실로 소신껏 수사에 매진하는 윤 총장에게 쏟아내는 독설과 압박의 정당성과 설득력이 참 궁색하다. 살아있는 권력이 꿀리는 게 있어서 수사하지 말라는 것인지, 이젠 자기편 사람이 아니라고 윤 총장을 내쫓겠다는 것인지, 그 깊은 속내를 잘 모르겠다. 국민은 3대 의혹수사의 사실과 진실을 알아야 할 권리가 있고, 검찰 역시 헌법과 원칙을 준수하면서 사실과 진실규명에 나서야 하는 소명이 있다. 현 정권은, 뜻이 다른 의견은 못과 같아서 때릴수록 더 깊이 들어간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경험과 판례'를 중시하는 영미법과 달리 대륙법은 '이성과 정의'를 중시한다. 우리 법은 대륙법의 영향을 받았지만, 국가와 권력의 '이성과 정의'는 늘 살아있어야 한다. 대륙법 계열의 독일과 일본의 검찰이 그렇듯이 선진국 검찰은 살아있는 권력이라도 가차 없이 칼을 대고, 갖가지 압박과 회유에도 굴하지 않고 수사의 끝장을 본다. 이 대목에선, 우리 검찰은 정권 때마다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잘 지켜왔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어떤 이유로든 권력이 검찰의 근간을 훼손시키려는 저의는 법조계의 오욕이자 오명으로 남을 것이다.

정치권과 권력이 검찰을 흔들수록, 검찰은 더 강해지고 더 힘내주길 당부한다. 민심과 천심을 반영하는 우리 국민이 배심원이다. 누가 더 소신있고, 누가 국민의 명을 더 거역하는지, 우리 국민이 판결을 내릴 것이다. 윤 총장은 12척의 배가 남아있다는 구국적 각오로 흔들림 없이 대처해주길 거듭 당부한다. 온 국민이 눈과 귀를 열고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서준원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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