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와는 이천년을 넘겨 전승되며 한국적인 한옥의 멋과 함께 한민족의 혼을 대변해왔다. 직선이 빚어내는 유려한 곡선의 미로 표현되는 기와의 아름다움. 그 아름다움에 더해, 원 작가는 구구절절 기와에 서린 아버지의 흔적 찾고 있다.
원 작가는 "살아계시면 올해 98세가 되는 아버지가 기와를 잇는 와공이셨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기와로 시선이 향했다. 아버지의 흔적 더듬기를 한다"고 이번 사진전에 대해 설명하며 "가족의 생계를 위해 춥거나 더운 날에도 지붕에 오르셨던 아버지를 통해 가장이 주는 무게감을 나이가 들수록 새삼 느끼게 된다"고 소회를 밝혔다.
원 작가는 그동안 서울의 궁궐과 전국의 주요 사찰 등 기와가 있는 곳이면 달려가 20여년의 기록으로 담았다.
특히 숭례문의 불타는 모습과 숭례문 기와의 복원 과정을 담은 것은 아프지만 소중한 기록으로 남아있다는 평이다. 숭례문의 기와의 복원 과정 사찰의 신축, 해체 보수와 풍경 속에서 어우러진 기와의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 사진집은 원 작가의 아버지가 태어난 지 100년이 되는 2022년에 전시 및 출판을 할 예정이다.
전통 건축부재인 기와를 한국적인 시각으로 풀어헤친 원춘호의 <천년 와(瓦)>가 주는 상징성에 대해 최재목 영남대학교 철학과 교수는 "기와에는 텅 빈 침묵이 있고, 방정(方正)한 웃음이 있다. 우리 아버지들이 그랬다. 그냥 바람처럼 왔다 구름처럼 떠났다. 텅 빈 하늘이나 고요한 빛을 담아내던 방정한, 투박했던 그릇. 그것이 기와의 마음이고 아버지의 마음이다"라고 묘사했다.
사진집 '천년 와(瓦)'의 북 사인회도 겸하는 이번 전시는 27일까지 계속된다.
김의화 기자
원춘호 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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