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톡] 신뢰로 인한 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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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톡] 신뢰로 인한 우정

김용복/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1-12 10:01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조선시대 유명한 정적(政敵)이었던 송시열과 허목의 이야기.

매주 수요일 오전 10시에 시민대학에서 장상현 교수가 강의하는 재미있는 고사성어 반에서 배운 이야기이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이 끝난 후인데도 지배세력이었던 사대부들은 국가 재건에 힘쓰면서도 당쟁만은 버리지를 못했다. 그래서 그들이 기치로 내걸었던 것이 대외적으로는 '북벌론'이었고 또 내부적으로 흐트러진 기강을 바로 세우기 위해 '예학'을 내세웠다.

예학(禮學)이란 인간이 지켜야 할 도덕규범의 본질적인 문제와 실천 조목, 그리고 이를 구체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예학은 조선 시대에 양반 중심의 신분 질서를 유지하고 안정시키는 과정에서 성립되었으며 삼강오륜을 기본 덕목으로 강조하고 있으며 조선 사회에서 주로 양반 사대부의 신분적 우월성을 강조하는 데 이용되었고, 한때 사림들 사이에서 예송 논쟁을 일으키기도 하였다. 이러한 예학이 조선 시대에 크게 발달하게 된 것은 통치 이념인 성리학이 법에 의한 통치보다는 예와 교화에 의한 통치를 더 중시했기 때문이다.



송시열과 허목은 바로 이런 예학을 기본으로 하여 학문적, 정치적 논쟁을 벌였던 인물들이었는데 이 사건의 중심에 바로 우암 송시열(1607~1689)과 미수 허목(1595~1682)의 학문적 대결이 있었던 것이다.

송시열은 성리학의 대가로 강한 카리스마로 사대부계층의 여론을 주도 했으며,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왕 앞에서도 끝까지 주장할 정도로 강한 성격의 소유자였고, 자신이 싫다고 여기는 자는 그와 사귐을 허용하지 않았던 인물이다.

허목은 효종때 야당 세력이었던 남인의 리더로 성리학 이외에도 역술, 의술에 능했으며 성리학자로서 기개가 있었으나 반대세력에 대한 포용력이 부족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두 사람은 당파로 인해 서로가 원수처럼 지냈다. 그러던 중 송시열이 병을 얻게 되었다.

허목이 의술에 정통함을 알고 있던 송시열은 비록 정적 일망정 내 병은 허목이 아니면 못고친다는 것을 알고 아들을 시켜 가서 약처방을 받아오도록 명했다.

희곡으로 각색해보자.

송시열 : 아들아 이리 오너라. 요즘 이 아비가 몸이 이리저리 아프니 허목 대감에게 가서 아버지 병세를 이야기 하고 약 처방을 받아 오도록 해라.

아들: 아버님 허목이라면 아버님하고 그토록 싸우던 정적이 아니옵니까? 하명을 거두어 주십시오.

송시열: 허목대감은 학문적으로 애비와 싸우고는 있으나 의술에 능하고 정적을 죽일만한 인물이 아니니라. 어서 다녀오도록 해라.

-아들 아버지 부탁을 받고 허목 대감 앞에서 자초지종을 말한다.-

허목 : 하, 이 친구가 역시 나를 믿고 아들을 보냈군, 나도 사람 볼 줄은 알지. 아까운 인재를 죽게 할 순 없지. 옛다. 여기 처방전.

물론 허목의 처방전에는 비상이 들어 있었다. 그러나 송시열은 허목이 써준대로 약을 짓게하여 약을 먹고 병을 고치게 되었다.

사실 정적인 허목에게서 약을 구한다는 건 죽음을 자청하는 꼴이었다. 그러나 송시열은 허목의 인간됨을 믿었다.

허목은 송시열의 병은 이 약을 써야만 나을 텐데 그가 비상이 들어있는 이 약을 먹을 담력이 없을 테니 송시열은 결국 죽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송시열은 허목이 정적이긴 하나 정적의 병을 이용하여 자신을 죽일 인물은 아니라고 생각했던 신뢰가 있었던 것이다.

송시열이 완쾌하자 허목은, 무릎을 치며 송시열의 대담성을 찬탄했고, 송시열은 허목의 도량에 감탄했다고 한다.

정적인 허목에 대한 송시열의 신뢰, 그 신뢰로 하여금 조선시대 학문이 꽃을 피우지 않았던가?

요즈음 정치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용복/ 칼럼니스트

김용복 칼럼니스트-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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