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다시 새해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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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다시 새해 다짐

  • 승인 2020-01-10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명리학은 사람이 태어난 사주로 운명과 길흉화복을 예측하는 동양철학의 한 분야이다. 조선 시대 과거시험에 잡과 음양과 명과학 분야가 있었다. 초시와 복시가 있어 전문직의 하나로 선발했다. 대권 향방과 관련이 있어 정치에 연루되는 매우 위험한 직책이기도 했다. 연말연시나 선거 때가 되면 명리학뿐 아니라 각종 미래예측 담론이 세간의 관심사로 부상한다. 예나 지금이나 대중의 관심거리임은 분명하다. 따라서 공부하는 사람도 많다.

의도적으로 출산 일시 조정이 가능한 모양이다. 명리학을 맹종하는 극히 일부에 나타나는 현상이겠으나, 좋은 사주를 받기 위해 선택한 일시에 인공분만하는 경우도 보았다. 조선 시대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

사육신의 한 사람인 성삼문(成三問, 1418 ~ 1456, 조선 문신) 이야기다. 만삭이 된 성삼문 모친이 출산을 위해 친정에 갔다. 외할아버지는 학문이 깊고 명리학에 밝았던 모양이다. 진통이 시작되자 산파(産婆)로 들어가는 외할머니에게 당부한다. 좋은 시간 출생을 위해 허락할 때까지 다듬잇돌로 막고 있으라는 것이다. 외할머니는 아이가 나오려고 하면 출산해도 되는지 물었다. 그때마다 시간이 되지 않아 허락하지 않았다. 세 번째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출산하고 만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외조부에게 세 번 물었다고 해서 삼문이라 이름 지었다 한다.

조용헌(1961 ~ , 건국대 석좌교수) 칼럼니스트가 구전되는 이야기라며 전하는 이야기다. 다른 자료에는 '낳았느냐?'고 묻는 소리가 하늘에서 들렸다고 전한다. 성삼문 동생들 이름으로 보아 세간에서 지어낸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다른 나라에 들어가면 법과 제도를 묻고, 성안에 들어가면 풍속을 묻고, 남의 집에 들어가면 그 조상을 묻는 게 예의인데 그를 삼문이라 한다고 한다. 또한 삼성은 세 가지로 자신을 살피고 반성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형제의 이름은 각각 삼빙(三聘), 삼고(三顧)인데, 모두 삼고초려(三顧草廬)와 같이 정성을 다해 현자를 초빙한다는 말에서 따온 말이다. 모두 예기, 논어, 맹자 등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정도 차이는 있지만, 사람들은 사주뿐 아니라 성명학도 중시한다. 자기 암시는 자기 발전 분야에서 검증된 방법의 하나로 무의식을 통제한다. 언어는 우리 사고를 규정하고 사고의 변화는 행동의 변화를 가져온다. 그러기에 성명학자는 '이름이 인생을 디자인'하는 것이라 한다. 운명도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고 매사를 명리학이나 성명학과 관련짓기는 어렵다.

조선 7대 왕 세조(世祖, 1417 ~ 1468)는 계유정난(癸酉靖難)을 일으켜 모든 권력을 장악한다. 친동생인 안평대군을 비롯, 반대 세력이 될 만한 수많은 당대의 현신을 역모죄로 몰아 격살(擊殺)한다. 결국, 어린 조카를 왕위에서 끌어내리고 스스로 왕위에 오른다. 찬탈한 것이다. 이에, 성삼문 등 집현전 학사 중심으로 단종(端宗, 魯山君, 1441 ~ 1457, 조선 6대 왕) 복위를 도모하다 역모죄로 처형당한다.

성삼문의 아버지가 주모자 중 한 사람이어서 삼족을 몰살하는 멸문지화(滅門之禍)를 당한다. 다른 가담자 대부분 능지처사(陵遲處死) 된다. 능지처사는 사람에게 오랜 시간 고통을 느끼게 하는 잔인한 형벌로 중죄인을 벌하는 데 사용하였다. 참혹해서 말로 옮기기조차 어려운 무서운 형벌이다. 능지처참(凌遲處斬)이라고도 한다. 조선조에도 형벌의 하나로 사용했는데, 태종, 세조, 연산군, 광해군 때 많이 행해졌다고 한다. 역사책을 다소 섭렵한 사람이라면 왕명(王名)으로도 익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죄인이 죄를 엄하게 집행한 것이다.

성삼문은 훈민정음 창제에 적잖이 기여 하는 등 짧은 생애에도 불구, 국사에 많은 족적을 남긴다. 무엇보다 조선 최고 충신 중 한 사람으로 고귀한 충절이 기려진다. 관료 지배 체제의 구현을 이상으로 삼아, 국문에서 죽을 때까지도 항상 의연함과 당당함, 절의를 보인다. 형벌로 살이 헤어지고 사지가 찢어지면서도 세조와 신숙주의 불충을 꾸짖는 기개를 보인다.

총선이 100여 일도 채 남지 않았다. 선거철만 되면 정치 철새들이 세상을 혼란스럽게 한다. 정치 성향이 어떤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대군의 장수를 빼앗을 수 있어도, 평범한 사람의 뜻은 빼앗을 수 없다.(三軍可奪帥也, 匹夫不可奪志也. - 論語 子罕)" 절의 있는 이 그 누구인가? 개혁 공천이니 뭐니 하며 벌써부터 야단법석이다. 일설로 옮길 수 없는 성삼문의 처사가 오늘을 돌아보게 한다.

난세를 보면서 불현듯 생각이 나, 논산시 가야곡면 양촌리에 조성된 성삼문 묘소에 들렸다. 그의 한쪽 다리가 묻힌 곳이라 한다. 알베르 카뮈(Albert Camus, 1913.11.07. ~ 1960.01.04. 프랑스 작가)는 "문명이 스스로를 망가뜨리지 못하도록 막는 게 작가의 임무다"라 했다. 자신뿐만 아니라 지켜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하고 마음을 다진다.

양동길 / 시인, 수필가

양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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