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우 대전미술협회장 배재대 교수 |
오늘 아침은 겨울비가 날 맞이해 준다. 모처럼 내리는 비라 반가웠다. 그런데 하루 종일 내린다.
여느 유행가 가사처럼 그 누군가가 내게 찾아온 듯하다. 착각도 유분수지만 자연의 미세함에도 흔들릴 줄 아는 내가 좋다.
자연은 이렇듯 안개처럼 미세한 물방울로 만든 드레스를 입고 나를 유혹한다. 나이가 들수록 촉(觸)은 더 예민해 지나보다.
이런 날은 작업실 앞마당에 있는 감나무는 그 자태가 한 마리 학과 같을 텐데 바쁘다고 벌곡에 있는 작업실에 못간지 오래됐다.
학교 종강하고 나면 여유가 있겠지 했는데 그러지 못하니 이러한 아침의 여유가 내겐 얼마나 소중한 여유인지 모른다.
'미러 워크'라고 했던가? 아침여유 뒤에 오는 출근 준비중에 거울을 보면서 내 눈을 보고 말을 건넨다.
나를 위로하고 사랑하게 만드는 잠깐의 시간동안 나의 미러 워크는 아침에 거해지는 의식처럼 거울을 보면서 내 모습을 보고 나이가든 여정의 길이 얼굴에 잘 보일 수 있는 삶을 살아야한다고 내게 말해준다.
생각의 시작은 무겁고 신중하지만 끝은 부끄럽고 가벼워진다.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깊은 사색은 가벼운 몸짓으로 일상이 된다.
2020년이 밝았다. 오는 4월에는 우리나라 국회위원 선거가 있고 작게는 오는 1월16일에 대전미술협회장 선거가 있다.
어느 암자에서 읽었던 글귀가 좋아서 핸드폰에 담아두었는데 소개하고 싶다.
'죽을 만큼 사랑했던 사람과 모른 척 지나가게 되는 날이 오고 한때는 비밀을 공유하던 가까운 친구가 전화 한 통 하지 않을 만큼 멀어지는 날이 오고 또 한때는 죽이고 싶을 만큼 미웠던 사람과 웃으며 볼 수 있듯이 시간이 지나면 이 또한 아무것도 아닌 것을... 변해버린 사람을 탓하지 않고 떠나버린 사람을 붙잡지 말고 그냥 그렇게 계절이 떠나고 새로운 계절이 오듯이...'
선거를 앞두고 선거 기간동안 생길 수 있는 일들이 위에 글처럼 선거가 끝나고 나면 미술협회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길 바란다.
학문과 예술에 입문한 사람이 새겨야 하는 것은 "얕은 한 모금은 뇌를 취하게 만들지만 많이 마시면 다시 명철해 지리라"라는 말이다.
그러니까 이젠 조금 알겠다 싶으면 당신이 아직 모르는 것이고 어쩐지 점점 더 모르겠다 싶으면 당신은 조금 알게 되는 것이라고. 어떤 대상(사람)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 전에 떠 올려야 할 말이라 생각된다.
선거를 앞두고 양쪽 후보가 열심히 선거운동을 하는데 잘못 알고 있는 것을 마치 내가 모두 알고 있는 것처럼 말해지는 것에 우려를 보내게 된다.
살면서 세상 적 정치에 많은 관심을 두고 싶지 않았는데 내가 몸담고 회장으로 있기에 공정하고 발전적인 선거가 치러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대전미술협회에 위상을 위해 애썼던 지난 시간들이 내게도 의미 있는 시간 이였고 시간이 흐른 후에 평가가 되겠지만 많은 변화가 미술협회에도 있었고 안팎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많이 달라졌다.
새로운 차기 미술협회 회장이 선출되면 더 발전되는 미술협회가 될 수 있도록 애써주길 바란다.
남들이 생각하는 행복한 그림을 그리는 화가는 정말 행복해서 그리는 그림이 아니다. 인생이 주는 고통을 이기는 한 방법이 행복한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세월이 흘러 그 화가의 자식도 잘 장성하고 그림도 팔리고 정말 행복한 날이 오지만 오히려 화가는 행복한 그림을 그리지 못한다.
인생의 고통 속에서 찾는 행복이 부귀 속에서 찾는 행복보다 더한 쾌감이 있는 걸 화가는 알기 때문이다. 오늘도 그림을 그려야 하는 이유다./이영우 대전미술협회장 배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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