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의 시네레터] 시대와 세대 뛰어넘은 영화 속 브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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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생의 시네레터] 시대와 세대 뛰어넘은 영화 속 브로맨스

- <백두산>, <천문>, <시동>

  • 승인 2020-01-09 08:28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백두산 copy
세 편의 영화를 보았습니다. 남자들 간의 우정을 핵심으로 한 작품들이었습니다. <백두산>은 남한의 폭발물 전담 특수부대 대위와 북한의 특수 공작원 간의 갈등과 우정을 다룹니다. <천문>은 세종 임금과 노비 출신의 과학자 장영실 사이의 의기투합을 보여줍니다. <시동>은 주인공 택일과 절친 상필, 그리고 군산에서 만난 주방장 거석과의 우정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백두산>은 2017년 작 <강철비>와 흡사합니다. 폭발을 막아야 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인 데다 북한 쪽 주인공의 비극적 가정사까지. 핵무기가 핵심적인 장치로 작동하는 것도 그렇습니다. 외세에 얽혀 있는 한반도의 정치적 상황도 판박이입니다. 그러니 전혀 새롭지 않습니다. 백두산이 폭발할 것이고, 전조로 강한 지진이 나게 되니 영화의 스케일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병헌, 하정우, 배수지 같은 스타급 배우들의 연기도 흥미로운 볼거리입니다. 그러나 영화는 결정적으로 새로운 상상력을 요구합니다. 아쉬운 흥행작입니다.

<천문>은 역사 속 실존 인물이 나옵니다. 역사상 최고의 임금 세종과 노비 출신의 장영실. 신분의 차이를 넘어 백성들을 위한 기술을 만든다는 데 뜻을 모읍니다. 하지만 영화는 끝내 역사적 사실을 넘어서지 못합니다. 세종의 자주 정신과 애민 정신을 강조하려는 것인지, 천노의 신분 상승과 인생 성공 스토리인지 알 수 없습니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가 분명하지 않습니다. 사극 영화가 힘을 발휘하려면 반드시 현재적 의미와 가치를 지녀야 함에도 이 작품은 소재주의에 함몰되었습니다. 그러니 배우 한석규와 최민식의 오랜 인연만이 홍보에 활용될 뿐 영화가 갖는 그 이상의 무엇은 절실히 다가오지 않습니다.

<시동>은 가볍고 헐겁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합니다. 쓸데없이 무게 잡지 않습니다. 청년 세대의 방황과 절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어쩌면 한심해 보이는 선택일지라도 주인공들에게는 치열하고 절박한 삶의 문제입니다. 그럴듯한 비전과 체계적인 노력은 아니지만 눈앞의 현실에 맨몸으로 부딪치며 나아가는 삶의 진실을 보여줍니다. 인물들 간의 일정한 정서적 거리도 우정만으로 모든 상황을 극복할 수는 없음을 힘 있게 드러냅니다. 택일의 요청에 거석이 던진 거절의 말이 떠오릅니다. "소중한 건 네가 지켜." 냉정해 보이는 한 마디가 오히려 택일뿐만 아니라 관객들에게도 묵직한 메시지로 다가옵니다.



김선생의 시네레터
-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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