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가정과 사회가 혼란스러울 때마다 다시 생각나는 회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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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가정과 사회가 혼란스러울 때마다 다시 생각나는 회초리

김찬술 대전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 부위원장

  • 승인 2020-01-07 16:11
  • 신문게재 2020-01-08 22면
  • 강제일 기자강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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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교육열은 세계최고로 높은 나라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여러 차례 우리나라의 교육열을 강조해 세계적으로도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처럼 교육이 강조 된 것은 작은 국토에서 과거시험이 유일한 신분상승의 도구로 이용되면서 교육열을 부추겼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정조때 기록을 보면 과거(科擧)에 응시한 자 총 3만 2598인 가운데 시권(試券)을 바친 자는 1만 3737인이었다는 기록을 보면 그 열기는 아직도 변함이 없다.

교육열에 대한 일화가 나올 때 마다 회초리 이야기가 많다. 회초리(回初理)는 한자어로 처음의 이치로 돌아간다는 의미로 부조리를 바로잡아 이치에 맞게 한다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 회초리는 가정이나 학교에서 상징적으로 보관해두거나 선생님들이 지니고 다니며 면학을 유도하고 잘못을 경계하는 유용한 물건으로 사용됐다.

우리지역에서 회초리 일화로는 쌍청당 류씨 부인 이야기가 유명하다. 류씨 부인은 남편이 일찍 죽자 주위의 권유를 뿌리치고 유복자를 데리고 개성에서 송촌동으로 귀향해 삯바느질로 생계를 꾸리며 아들이 학문에 매진하도록 매일 병풍을 치고 아들이 게으름을 피우면 바로 회초리를 들었다고 한다. 이런 노력이 있어 아들 송유가 과거에 급제하고 송촌(宋촌)동에 일가를 이뤘다. 류씨 부인은 병풍 뒤에서 아들이 학문을 소홀히 할 때마다 경계했다는 이야기는 지금도 많은 여운을 남긴다.

회초리 일화는 김홍도의 서당그림에도 찾아볼 수 있다. 훈장선생님의 회초리가 책상 옆에 위엄 있게 놓여있고 훈장님이 회초리를 들진 않았지만 책상 앞에서 불안해하는 학동의 모습에서 우리는 회초리의 역할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회초리는 잘못된 길을 가지 않게 하기 위한 배려였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도구로 활용됐다. 회초리는 가정을 건강하게 이끌어주는 도구였고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생활을 바로 서게 하는 것으로 자리매김 해왔던 것이다.

최근 우리사회는 경제소득이 높아지고 핵가족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사회문제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과 핸드폰이 보편화 되면서 사회구성원간의 대화는 줄고 과격한 인터넷 게임과 불량한 SNS가 늘면서 폭력과 자실과 같은 문제가 공간과 시간의 제약없이 확산되고 있다. 학교폭력은 날로 증가하고 청소년 자살률은 세계최고를 기록하는 등 그동안 우리사회를 지탱해주던 가족의 결속력이 낮아지고 사회를 바로잡아주던 건강한 예절의식 마저도 흔들리고 있다.

우리는 예부터 예절(仁義)을 중시하고 공동체 문화를 소중히 여겨왔다. 향약과 두레, 품앗이 등을 통해 지역의 아픔과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고 잘못된 것을 바로 잡아 지역사회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노력을 이어온 민족이다. 아직까지 지역사회는 이와 같은 전통이 남아 있긴 하지만 예전만 못하다. 사회 구성원간의 연대도 점점 낮아지고 경제적인 힘으로 대신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가정이나 사회전반으로 확산되면서 물질만능의 부작용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우리사회를 바로잡아주고 자신을 반성할 수 있게 경계심을 갖게 해주던 회초리가 사라지고 있다. 가정과 사회에서 부조리를 바로잡고 스스로 반성을 할 수 있는 회초리는 폭력이 아니라 사회를 건강하게 하는 도구로 다시 자리 매김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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