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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언희
벼락을 맞는 동안
나무는 뭘 했을까
번개가 입 속으로
치고 들어가 자궁을
뚫고 나오는 동안
김언희는 세다. 시인은 에둘러 조근조근 말하지 않는다. 직설적으로 치고 들어간다. 그래서 좋다. 김언희의 시는 포장지가 없다. 여성성을 대놓고 말한다. 찢어지고 헤진 여성의 존재를 거침없이 드러낸다. 권리를 외치는 게 아니다. 상처받은 여성의 속살을 보라고 들이민다. 여성의 성 본능을 날 것 그대로 펼쳐 놓는다. 그 비린내가 상큼하다. 박하 향처럼 코 끝에서 맴돈다. 정직하고 순수하다. '번개가 입 속으로 치고 들어가 자궁을 뚫고 나오는 동안' 난 뭘 했을까.
우난순 기자 rain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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