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1강 고복격양(鼓腹擊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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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1강 고복격양(鼓腹擊壤)

장상현/ 인문학 교수

  • 승인 2020-01-07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고사성어(故事成語)는 고사(故事 : 옛일, 옛 사례)와 성어(成語 : 옛사람들이 만들어 세상에 널리 쓰여지는 말)를 합친 것으로 지난 사례에서 유래되어 생긴 말로 비유적인 내용을 함축하고 있다.

대부분 중국의 역사와 고전(古典) 등 옛 사건의 지혜로움을 잘 조명(照明)하고, 또한 옛사람들의 잘됨과 잘못된 사실을 명확히 알아 후대 사람들에게 생활(生活)의 지혜(智慧)와 교훈(敎訓)이 되고 있다. 이에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를 통해 선현들의 지혜를 살펴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고복격양(鼓腹擊壤)'은 '배를 두드리고 땅을 치며 흥겹게 노래한다'는 고사성어다.

풀이하면 鼓(두드릴 고) 服(배 복) 擊(칠 격) 壤(흙 양)이다.



이 고사성어는 매우 살기 좋은 세상이나 어진 임금의 덕을 칭송할 때를 비유로 쓰고 있다.

천하의 성군(聖君)으로 꼽히는 요(堯)임금이 나라를 통치한 지 50년이 지난 어느 날, 자신의 통치에 대한 백성들의 반응을 알아보기 위해 평복으로 거리에 나섰다.

그가 어느 네 거리를 지날 때였다. 어린 아이들이 서로 손을 잡고 이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이른바 '강구요(康衢謠)'이다.

우리가 이처럼 잘 살아가는 것은 (입아증민(立我烝民)

모두가 임금님의 지극한 덕이네 (막비이극(莫匪爾極)

우리는 아무것도 알지 못하지만 (불식부지(不識不知)

임금님이 정하신 대로 살아가네 (순제지측(順帝之則)

어린이들의 순진한 노랫소리에 요임금은 기분이 매우 좋았다.

마음이 흐뭇해진 요임금은 어느새 마을 끝까지 걸어갔다. 그곳에는 머리가 하얀 한 노인이 우물우물 무언가를 씹으면서 손으로 '배를 두드리고 발로 땅을 구르며(鼓腹擊壤)' 흥겹게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해가 뜨면 (나아가)일하고 해가 지면 (돌아와)쉬네.日出而作日入而息(일출이작일입이식)

(배고프면)밭을 갈아 먹고 (목마르면)우물을 파서 마시니 耕田而食鑿井而飮(경전이식착정이음)

임금님의 힘이 나에게 무슨 소용인가.帝力何有於我哉(제력하유어아재)

백발노인의 '고복격양'에 요임금은 정말 기뻤다.

백성들이 아무 불만 없이 배를 두드리고 발을 구르며 흥겨워하고, 정치의 힘 따위는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으니 그야말로 정치가 잘 되고 있다는 증거이다.

이 노래의 내용은 요임금이 이상적으로 생각했던 정치였다.

다시 말해서 요임금은 백성들이 그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스스로 일하고 먹고 쉬는, 이른바 무위지치(無爲之治)를 바랐던 것이다.

'요 임금의 덕택이다.' '좋은 정치다.'라고 사람들이 말하는 것보다, 그 노인처럼 백성이 정치의 힘을 의식하지 않고 즐겁게 살 수 있게 되는 것이 이상적인 정치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요임금은 자신이 지금 정치를 잘 하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우리는 이렇게 정치에 의해서 평안한 삶을 누릴 때를 康衢煙月(강구연월)이나 太平聖代(태평성대)라고 한다.

우리들 속담에 '사람 삶에 등 뜨시고 배부르면 최고이다.'라고 한다. 먹고사는 것이 삶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리라.

사람들은 먹고살기에 여유가 있으면 정치에는 관심이 없고 놀고, 즐길 수 있는 방법으로 삶의 재미를 추구하게 된다.

반면 먹고 살기 힘들고 삶이 팍팍해지면,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나아가 정치에 관여하게 된다.

논어 안연편(顔淵篇)에 공자의 제자인 자공(子貢)이 정사(政事)에 대해서 물었다. 그러자 공자는 '양식이 풍족하고(足食 : 족식) 군대를 풍족하게 하고(足兵 : 족병) 백성들이 믿는 것(民信 : 민신)이 정사이다.'라고 했다.

즉 정치는 국가경제를 튼튼히 하여 국민들이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삶을 보장하고, 국방과 안보를 튼튼히 해서 국민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고 정부와 국민이 서로 신뢰하는 풍토가 조성되어야 한다고 역설한 것이다.

모든 동물은 먹어야 살기 때문에 먹고사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고 먹는 문제 때문에 싸움도 하고 죄도 짓게 되고 심지어는 국가 간에는 전쟁도 불사하게 된다.

과연 세상에 태평성대나 지상낙원이 존재할까?

아무리 훌륭한 정치 지도자라도 모든 국민이 똑같이 태평성대를 느끼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대다수 국민이 그렇게 느끼고 다른 나라와 비교해볼 때 확연히 느낄 수 있으면 태평성대인 것이다. 그것은 사람들이 여유를 느끼고, 불편함이 상대적으로 적음을 느끼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똥이 방에 있으면 오물이라고 하고, 밭에 있으면 거름이라고 한다. 모래가 방에 있으면 쓰레기라고하고 공사장에 있으면 재료라고 한다. 남편 때문에 못살겠다고 하지만 혼자 사는 사람에게는 남편이 있다는 것이 자랑처럼 들린다.

직장생활이 힘들지만 직장 없는 사람에게는 직장이 있는 것만으로도 부럽다.

인생을 부정적으로 보면 불행하고 긍정적으로 보면 행복한 것이다. 모두가 태평성대라고 생각하면 태평성대인 것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도 정치지도자(황제나 왕 또는 권력자)들이 영토 확장의 욕심에 사로잡히면 결국은 전쟁을 일으켜 백성들에게 과도한 세금부과와 젊은이들에게 전쟁의 부역을 요구하게 되고, 또한 사치를 일삼아 국고를 탕진하고, 여색을 즐겨 정사를 돌아보지 않는 지도자들의 국가는 결국 멸망했다.

그러나 지도자가 백성과 고통을 같이하고 고충을 해결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정치를 하면 결국 그 나라는 흥하고 태평을 이루었던 사실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알 수 있다.

새해(庚子年)의 힘찬 해를 맞았다

대한민국의 鼓腹擊壤(고복격양)희망을 기대하면서 새삼스레 태평성대를 바라는 마음은 나 혼자만이 아니라 온 국민이 바라는 바일 것이다. 올해 경자년(庚子年)의 더욱 행복하고 평안한 사회를 기대한다.

장상현/ 인문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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