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수도권 PK 등지에선 지역 선거판 전체를 진두지휘할 원톱 모시기에 분주하지만, 현재까지 충청권엔 이같은 움직임이 없어 제로톱으로 총선을 치를 판이다.
올 총선이 2022년 대선 전초전인 만큼 지역 정치권이 단순한 의석 싸움에 몰두하는 것 보다는 충청권을 대표할 수 있는 간판급 정치인 발굴에 힘을 모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4·15총선 D-99일을 두고 각 정당에서 이른바 거물급 인사들이 출전할 링이 속속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정세균 의장의 총리지명으로 무주공산이 된 서울 종로엔 더불어민주당에서 이낙연 국무총리가 깃발을 들 채비를 하고 있다. 이 총리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권 선호도 1위를 달리는 잠룡이다. 민주당은 한국 정치 심장부에 이 총리를 내세워 야권의 총선 프레임인 정권 심판론 바람을 사전 차단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최근 수도권 험지 출마를 선언했다. 이로써 이 총리와의 '종로 빅매치' 성사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적어도 황 대표가 직접 총선 최대 격전지의 수도권을 진두지휘 하게 함으로서 총선에서 '보수 바람'을 일으켜 이를 전국으로 확산시키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PK 여권에선 김두관 의원 차출을 원하고 있다. PK 지역은 문재인 정부 출범 뒤 치러진 2018년 지방선거에서 부·울·경 광역단체장을 민주당이 싹쓸이 하면서 친여 성향이 뚜렷했지만 최근 들어 현 정권에 대한 민심이반 징후가 나타난 곳이다. 이 때문에 PK지역 의원들은 2010년 어려운 선거를 승리로 이끈 경험이 있는 이 지역 출신 간판 정치인을 김두관 의원(경기 김포갑)을 차출해달라고 지도부에 공식 요구했다.
이처럼 수도권과 PK가 올 총선에서 간판급 영입을 위해 분주한 것과 달리 금강벨트는 잠잠하다. 여야 모두 전국적인 컨벤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거물급 정치인 출마가 하마평 있을 뿐 좀처럼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후보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3선에 보수야당 원내대표 출신인 한국당 이완구 전 총리가 후보자로 거론된다. 2017년 성완종 리스트 무죄판결로 정계에 복귀한 이후 연일 충청대망론을 주창하고 있어 총선출전 때 금강벨트 보수진영의 구심점이 될 가능성 충분하다. 그는 충남 천안갑과 홍성예산 세종시 출마를 타진하고 있지만 중앙당 차원에서 결정된바는 없다. 지역사회와 정치권이 이 전 총리에 충청권 보수재건에 앞장서 달라고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못하는 이유가 이때문이다
민주당에선 7선의 이해찬 대표(세종시) 불출마 한 이후 5선의 박병석 의원(대전서갑)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박 의원은 올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6선 고지에 오르기 때문에 충청권 간판급 정치인으로 불리기에 모자람이 없다. 하지만, 그의 '포스트 총선' 좌표는 대권이 아닌 차기 국회의장에 맞춰져 있어 이번 총선에서는 금강벨트 전체판 보다는 지역구 승리에 일단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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