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은 농수산물시장 가공식품 판매장 모습. 청과와 수산 가공식품 판매제한으로 냉장고가 텅 비어 있다. |
새해부터 대전 유성구 ‘노은농수산물시장’을 둘러싼 갈등이 폭발하면서 파장이 거세지고 있다.
생존권과 법적 조치라는 극단적인 입장이 대치되는 양상으로 비화하면서 향후 소비자들의 선택권까지 박탈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갈등의 주체는 지난해 5월 재입찰을 통해 사용수익 허가를 받은 가공식품매장 (주)대지와 노은농수산물시장 도매법인을 총괄하는 ‘대전시 노은농수산시장관리사업소’다. 갈등의 불씨는 2017년 수정된 조례와 2019년 5월 재입찰 과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관리사업소는 5월 공고한 가공식품매장 입찰 제한 사항에서 '청과부류 및 수산부류의 재고물품은 2019년 12월 31일까지 판매를 허용하며, 2020년 1월 1일부터는 위 조례 제3조에 규정한 도매시장 중도매인 거래품목은 일체 취급 및 판매를 금지한다'는 조항을 삽입했다.
청과와 수산법인이 취급하는 품목을 제외한 가공식품만을 팔라는 것이 요지다. 세부 품목을 살펴보면 두부류와 절임류, 잡곡, 포장김, 오징어채, 포장미역, 명태, 소금, 고춧가루 등이 포함된다.
(주)대지는 지난 2일부터 수산과 청과 가공품 냉장고를 모두 비웠다. 1차 조치에는 따랐지만, 이 상태로는 6개월도 버틸 수 없다는 입장이다.
(주)대지 관계자는 "생물이나 신선 식품도 아닌 가공품 판매를 제한한다면 도대체 무엇을 판매하라는 것이냐"며 "7년 동안 영업을 해왔는데 2년 전 갑작스럽게 조례를 바꿔가며 취급 제한을 둔 것은 전국적으로도 이례적인 입찰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관리소는 제한 조항을 알고도 입찰에 응했기 때문에 이번 조치를 이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1일 4500명이 넘는 소비자, 40명이 넘는 직원, 10억원 가량 투자된 시설비를 두고 고민했을 때 쉽게 입찰을 포기할 수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주)대지는 가공식품 취급 제한은 결국 수산법인 ‘진영’에게 판매독점권을 주기 위한 관리소의 특혜라고 주장하고 있다. 수산법인 소속의 중도매인들은 도매를 해야 하는 것이 규정이다. 그러나 건어물 중도매인들이 마트와 마찬가지로 소매를 하면서 마트와 경쟁했던 것이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관리사업소는 수산법인 중도매인의 민원으로 이번 판매제한 조치가 이뤄졌음은 인정한다. 다만, 농안법에 따라 청과와 수산법인은 지정된 품목만 판매해야 함을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또 노은농수산물시장은 중앙도매시장인 관계로 임대사업소인 대지보다는 법인과 중도매인의 판매 품목을 우선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관리사업소 관계자는 "대지가 입찰 규정 기준을 이행하지 않을 때는 허가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며 "이번 갈등은 민원 접수에 따른 조치 이행이자, 법적 소송 결과에 따른 행정조치"라고 강조했다.
대지와 관리사업소는 지난해 집행정지신청과 시정명령 행정처분 취소 등 2건의 소송 공방을 벌였으나, 법원은 관리소의 손을 들어줬다.
대지는 다시 생존권을 걸고 싸우겠다는 의지다.
대지 관계자는 "1월 2일 기준으로 수년간 실적을 살펴본 결과 올해 매출액만 크게 감소했다. 관리소는 행정조치에 따라 제재하겠다고 밝혀왔다”며 “특정 법인을 위해서는 조례를 바꾸고 특혜를 줬지만, 월 5000만원 임대료를 내는 업체는 찍어누르는 관리사업소의 행동을 묵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해미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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