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원 교수 |
명상하는 동안에 좋은 기억과 나쁜 기억 중 하나를 선택해 생각해보라고 한다면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은 좋은 기억을 떠올릴 것이다. 긍정적인 기억을 더 오래 간직하려는 경향이 강하겠지만, 실제로 평소에는 부정적인 정서 상태에 더 많은 관심과 해결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감사하다'는 마음으로 내가 얻은 행복의 기쁨을 표현하고 내가 받은 이익을 되돌려 주려고 노력하는 자세지만, 종교와 문화적 표현에 있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성경에 나타난 '행복'과 '슬픔'에 관련된 단어들인 '기뻐하다, 즐거운, 기본 좋은, 슬퍼하다, 암울' 등을 나타내는 표현의 사용 빈도는 각각 71.6%와 28.3%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에서 자동차 사고를 일으키고 상대방 운전자에게 '미안해요'라는 표현을 한다면 이것은 사고의 책임은 나에게 있다는 말이 되며, 한국인이나 일본인은 '고마워요'라는 표현을 '미안해요'라는 말로 할 수도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신의 행복이 다른 사람에 의해 이뤄진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 되므로 사용하지 말도록 했다. 이는 서양의 개인주의적인 사고의 기본이 됐을 것이지만, 미국에서는 종교의 영향으로 'Thank you'라는 말이 일상의 인사처럼 쓰이기도 한다.
대학에서는 다양한 학생들을 만나게 된다. '오늘 하루도 감사합니다'라고 학생들과 서로 인사하고 수업을 시작하면 학생들의 잘못된 행동들을 모두 긍정적으로 감싸게 된다. 학생에 대한 믿음과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표현하면 피그말리온 효과처럼 그 학생의 성적이 오르는 경우도 있다.
감사의 표현은 나에 대한 긍정적인 자세, 자신의 행복을 위해 꼭 필요하며, 성공의 열쇠로 작용하기도 한다. 노스이스턴대학 심리학과의 데이비드 디스테노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참여자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던 순간, 아무런 감정이 없던 순간을 각각 떠올리도록 한 후 당장 18달러를 받을 것인지 아니면 1년 뒤에 100달러를 받을 것인지 선택하게 했다.
그 결과 아무런 감정이 없거나 행복감을 떠올리는 경우에는 18달러를 선택하는 경향이 강했으나, 감사함을 떠올리는 사람들은 100달러를 선택하는 경향이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리건대학의 신경과학자 크리스티나 칸스가 진행한 실험에서 참가자들에게 실제 돈을 자신의 은행 계좌로 옮기거나,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것을 보게 한 뒤 뇌를 영상 장치로 관찰했다. 평상시에 항상 더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이타적으로 행동했던 참가자들은 자선단체에 기부할 때 감정을 조절하는 영역인 복내측 전전두엽 피질(ventromedial prefrontal cortex)이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속적인 감사와 기부가 긍정적이고 포기하지 않는 감정을 갖게 할 수 있다는 연관성을 보여주고 있다.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하면 우울증에 도움을 주고 면역력 향상과 더불어 건강에 이로우며, 인내심과 자존감이 증가하는 효과가 생긴다. 감사하는 마음은 오랫동안 반복적으로 습관처럼 해야 할 일이고 주위의 모든 사물에 애정을 갖도록 하는 일에서 출발해야 한다.
올해도 행복한 일들이 더욱 많아지기를 바란다면 긍정적인 감정 상태로 가족들과 여행을 다녔던 즐거운 추억, 친한 친구들과 벌였던 사건들, 직장 생활 동안 어려웠지만 시간이 지나면 성숙해졌던 기억을 떠올려 보면 좋겠다. 우리 주의의 모든 사물에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미소 짖는 새해가 되길 기원해본다.
이준원 배재대 바이오·의생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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