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성어는 삶의 이음매] 29. 기업정전(企業停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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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성어는 삶의 이음매] 29. 기업정전(企業停電)

홍경석 / 수필가 & '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 저자

  • 승인 2020-01-06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카빌]은 2017년에 관객과 만난 인도 영화다. 시각 장애인이자 더빙(dubbing) 전문 성우인 주인공 로한은 소개팅 자리에서 아름다운 여인 수를 만난다.

수 역시 시각 장애인인데 유쾌하고 자상한 로한에게 흥미를 갖게 된다. 이후 둘은 사랑에 빠지고 결혼한다. 신혼의 단꿈에 빠져있던 두 사람에게 불행의 그림자가 닥친다.

유력 정치인 마하브라오 쉘라르의 동생 아밋이 로한이 집에 없는 틈을 노려 수를 강간한 것이다. 경찰에서는 증거 불충분이라는 이유로 아밋을 풀어준다.

동네 양아치였던 아밋은 이에 더욱 의기양양하여 친구와 함께 수를 다시 한 번 겁탈한다. 수는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스스로 목을 매고 자살한다. 법이 통용되지 않는 현실에 분개한 로한은 복수를 결심한다.



그에게는 신체적 약점을 극복할 수 있는 재능, 즉 남의 음성을 기가 막히게 묘사할 수 있는 재능이 있었다. 비록 눈은 안보이지만 성우로 재능이 탁월한 로한은 기가 막히는 성대모사(聲帶模寫)로 그의 적들을 이간질시킨다.

결국 그들을 모두 응징하는 장면에서 관객은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로한은 생애 처음 자신을 사랑하는 여인에게 마음까지 빼앗겼다. 하지만 그 사랑의 끝은 주변의 불량배와 불량배의 권력자 형이 강탈했다.

시각 장애인이라며 깔 본 때문의 결과다. 여기서 인권의 철저한 무시와 함께 '사랑은 아무나 하나' 라는 가수 태진아의 노래가 교접한다.

= "사랑은 아무나 하나 / 눈이라도 마주쳐야지 / 만남의 기쁨도 이별의 아픔도 / 두 사람이 만드는 걸 / 어느 세월에 너와 내가 만나 / 점 하나를 찍을까 / 사랑은 아무나 하나 / 어느 누가 쉽다고 했나" =

로한은 그가 사랑했던 여인을 잃음으로써 모든 걸 다 잃었다. 그래서 복수를 결심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느낀 점은, 나 역시 아내를 만나기 전까지는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진작 가출한 어머니는 그렇다 쳐도 아버지 또한 정작 이 아들보다는 술을 더 사랑한 때문이다. 부모로부터도 받을 수 없었던 사랑이 삭막하고 비정한 사회에서 녹차처럼 은은하게 우러날 리 없었다.

소년가장 구두닦이 시절, 이유도 없이 흡사 비 오는 날 먼지 나듯 맞아본 기억은 지금도 잊기 힘든 아픔이다. 남들처럼 부모가 온전하고, 그래서 사랑만 받으며 공부했더라면 뉘라서 남의 귀한 아들을 팼겠는가.

그런 아픔이 트라우마로 오랜 기간 저장돼 왔다. 물론 그 아픔은 후일 반면교사의 거울로 작용했기에 아내와 아이들을 누구보다 사랑하게 되는 약효로 나타났다.

2019년 12월 31일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반도체 공장이 정전으로 인해 1분간 멈췄다는 뉴스가 올라와 충격을 줬다. 정전 시간이 불과 1분이었다지만 많게는 수백억 원대 피해가 예상된다고 한 때문이다.

조속한 복구와 함께 다시는 유사한 일이 재발하지 않길 바란다. 이 뉴스를 굳이 첨부하는 건 다 까닭이 존재하는 때문이다. 사랑 또한 정전(停電)이 있어선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한다는 의미다.

정전(停戰)은 교전 중에 있는 양방이 합의에 따라 일시적으로 전투를 중단하는 일을 뜻한다. 현재 우리와 북한이 이런 상황이다.

북은 우리를 우습게 알고 툭하면 공갈과 위협을 양수겸장(兩手兼將)으로 자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함구한 채 그들의 눈치만 보는 모양새다. 자존심 강한 국민들의 염장을 지르는 것에 다름 아님은 물론이다.

"사랑받지 못하는 것은 슬프다. 하지만 사랑할 수 없다는 것은 훨씬 슬픈 일이다"라고 한 M.D. 라이크의 말처럼 사랑엔 정전이 없어야 한다. 기업의 정전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엄청난 손해를 끼친다.

사람의 사랑 정전은 불행을 남긴다. 그 사랑의 불행 방지와 극복 차원에서라도 사랑은 끊임없이 계속되어야 한다.

홍경석 / 수필가 & '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 저자

사자성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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