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그동안 1995년도인가 중학생 때 읽은 젊베씨의 이야기가 다른 내용이 있는 줄 몰랐어요. 아마도 당시 제가 읽은 건 늙어가는 괴테가 1787년에 개정하여 최종본으로 낸 판본의 번역본일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선 보물창고 출판사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2015년)'이 제가 아는 범위에선 1774년 초판을 번역한 것으로는 유일하니까요. 여든 살 넘게 장수한 괴테가 스물다섯 살 때의 경험을 '고백'한 젊베씨의 이야기를 조금은 다르게 '기억'해보고 싶었나 봅니다.
소설 속 1771년 8월 15일 편지에서 '문학적으로 훨씬 더 나아진다 할지라도 어쩔 수 없이 그 작품 자체를 해치는 결과가 된다는 사실'이라고 말한 제2의 개정판을 내는 일을 괴테 스스로 한 것이죠. 물론 그런 고백 자체를 지우지 않을 만큼 괴테다운 개정이지요.
당신이 1771년 5월 30일 자 편지에 적은 하인의 이야기가 초판에는 없다는 것도 이제야 알았습니다. 하인의 사례를 보여주며 광기로 치닫는 사랑은 결국 살인을 저지르고 범죄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젊베씨의 선택지를 줄여주어 자살로 끝을 맺는 이야기가 문학적으로, 글의 흐름 상으로는 더 자연스러워지는데 기여했을지도 모르겠네요.
저는 그럼에도 누군가에게 영향을 받은 것보다는 자연 그대로를 사랑하는 젊베씨인 만큼 로테를 사랑하는 마음도 당신의 안에서 차오르고 끓어 넘치는 격정적 감정들로 가득했다고 생각해요. 그녀를 사랑하고 알베르트도 존경하는 젊베씨가 두 사람을 위해, 그리고 궁극적으로 당신 스스로를 위해 최선을 선택을 '스스로' 했다고 생각하는 편이 그대를 응원하고, 지지하는데 더 마음이 편하더군요. 당신을 창조한 괴테가 청춘의 힘든 시기를 젊베씨의 이야기를 통해 극복하고, 더 나은, 보다 높은 인생의 길을 걸어가며 성공적인 삶을 살아갔다고 평하는 번역가들이 많았습니다. 노력해서 알베르트처럼 성공하고, 젊베씨처럼 되지 말고 극복해내자는 투로 조언이 넘치는 글과 이야기들 속에서 청춘 그 자체로의 모습에 가까운 당신을 만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저는 젊은 날 젊베씨의 고뇌와 고통 그리고 슬픔을 영원히 가슴속에 간직하고 늙어가려고 합니다.
누군가 '너는 늙어봤냐 나는 젊어 봤단다'하면서 엄한 소리를 하거든 괴테는 그렇게 늙어가지 않았고, 어쩔 수 없이 원작을 훼손시킨다는 걸 알면서도 최소한의 타협으로 질풍노도 문학사조의 한 장의 대미를 젊베씨 이야기로 장식했다고 알려주고자 합니다. 그리고 서유석 씨의 그 노래 가사를 아는 사람들은 그런 엄한 뜻으로 사용하진 않을 테니깐요.
꼰대라 불리는 이 시대의 또 다른 알베르트에게 1774년 초판 속 그대 젊베씨의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네요. 알베르트가 1787년 판본처럼 그렇게 점잖고 멋진 사람이 아니라는 것과 언제까지 영원한 청춘으로 남을 젊베씨의 모습이 그 속에 가득하다고요. 적어도 이 글을 같이 볼 사람들은 그런 청춘의 상징 젊베씨의 이야기를 함께 기억하고 눈물을 흘려줄 겁니다. 성직자는 단 한 사람도 젊베씨의 마지막을 동행하지 않았지만, 저는 평생 당신 곁에서 함께할게요. 그게 사랑받는 고전을 위한 마땅한 처사일 테니까요. 벌써 또 보고 싶네요. 젊베씨. 편히 쉬어요, 나의 젊베씨…. 그럼 이만… 안녕. /김기수 희망의책 대전본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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