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시장과 박 청장 2년 뒤인 2022년 제8회 지방선거 더불어민주당 대전시장 경선 잠재적 후보군이라는 점에서 이번에 전초전 성격의 샅바 싸움을 벌인 것으로 비치고 있는 것이다.
2일 중구는 인사위원회를 열고 조성배 안전도시국장을 부구청장으로 내부 승진시키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는 그동안 자치구 부구청장의 경우 인사협약에 따라 대전시 근무자로 임명해 온 관행을 깬 것으로 지역 관가(官街)가 술렁이고 있다.
허 시장은 지난해 송년 기자회견에서 이번 인사 논란과 관련해 "다른 어떤 정치인 보다도 분권주의자로 시와 구가 그 권한을 나누는 것을 공감한다"며 "박 청장을 끝까지 설득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 청장도 지난달 구청장협의회에서 "부구청장 임명은 구청장의 고유 권한으로 지금까지 관례적으로 이를 이행하지 못한 것을 실행에 옮기려는 것"이라며 소신을 거듭 강조했다.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설전(舌戰)에 이어 박 청장과 허 시장은 이번 인사와 관련해 공식 또는 비공식 채널을 통해 접촉했지만, 극적인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지역 정가에선 이번 논란에 대해 2년 뒤 지방선거와 연관 지어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3선 기초단체장으로 21대 총선 출마가 유력했던 박 청장이 불출마를 결정 하면서 자연스럽게 다음 '링'은 2년 뒤 대전시장 선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는 지난달 6일 대전시청 기자실에서 불출마 변을 밝히는 자리에서 이와 관련한 중도일보 질문에 "지금은 구정에 전념하겠다"고 갈음한 바 있지만, 2022년 체급상승을 노릴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같은 관점에서 보면 박 청장으로선 이번 인사논란이 현직 시장과 대적할 수 있는 인사라는 프레임이 형성되면서 되려 플러스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허 시장 역시 재선 도전에 나설 것이 유력하다. 재선 구청장 출신 초선 시장이지만 민선 7기 시정을 대과(大過) 없이 이끌고 있고 예산확보와 입법 촉구 등을 위해 여의도를 오가면서 당내 고위 인사들과 스킨십을 넓히면서 정치력을 키우고 있다. 더구나 2년 뒤 지방선거에선 현직 프리미엄을 등에 업고 있다. 수성(守城)하는 입장에 있는 허 시장은 공성(攻城)을 해야 하는 여당 내 다른 후보보다 유리한 상황임은 분명해 보인다.
허 시장으로선 특별교부세 배분 등 박 청장과 2라운드 갈등이 예상되는 뇌관에서 오히려 '통 큰' 결단으로 중구를 배려한다면 이번 인사논란에 대한 정치적 손익계산서에서 득이 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강제일·방원기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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