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오신 상사님이 자신이 처한 상황이 답답하다며 물어왔다.
"나에게는 일을 추진할 돈도 있고 같이 일할 사람들도 다 있었어요. 그렇게 처음에는 너무나 수월하게 진행되다가 한 달이 지난 지금 사람들은 책임감 없이 다들 뒷짐 지고 보고만 있거나 떠나가고 있습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요?"
처음부터 하시는 일을 지켜봤던 필자는 그 이유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상사님은 일을 추진하는데 충분한 추진력을 가지고 계신 분이었다. 그래서 오너는 사람들에게 그러한 능력을 충분히 어필하셨고 함께 잘 진행되도록 당부하셨다. 그리고 일을 진행하는데 충분한 경제력도 주셨다. 그래서 상사님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총동원해서 추진력 있게 일을 진행해 나갔다. 처음엔 필자 또한 일이 잘 추진되도록 밤을 새 가며 일을 도왔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상사님에 대해서 불만이 쏟아 나오기 시작했다. 주어진 일을 추진력 있게 진행하려고 하다 보니 사람들을 보채시고, 진행속도를 따라오지 못하면 농담처럼 하시지만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기분이 상하는 말로 면박을 주셨다. 계속 그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하나둘씩 사람들이 떠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하면 되지!"
사람들의 조언도 무시한 채 자신의 고집대로 일을 밀고 나가셨다. 계속 책임감이 없다는 말만 반복하시며 사람들에게 책임을 전가(轉嫁)하셨다.
그러나 사람들이 책임감이 없어서가 아니다. 처음에는 일이 잘 진행되도록 함께 한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일을 추진하시는 리더의 사람을 대하는 방법에 불만이 쌓인 것이다. 그러면서 함께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져 버린 것이다.
어느 방송에서 KAIST의 정재승 박사가 전통적인 리더십과 현재의 리더십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과거에는 끝까지 흔들림 없이 밀고 나가는 추진력이 있는 리더십이 각광받았다. 하지만 그건 당시의 산업구조에 맞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이라 일컬어지고 있는 지금 필요한 리더십은 뚝심 있게 밀고 나가는 리더십보다는 유연성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변화를 신속히 받아들이고 이전의 의사결정도 쉽사리 변경되기도 해야 한다. 나만의 것이 신념처럼 옳게 믿고 가는 시기는 이미 오래전에 지났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도 빨리 받아들일 수 있는 유연성이 있느냐가 리더십의 중요한 포인트가 되었다.'
이번 일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일을 추진하고 진행하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일을 제대로 이루려면 함께 하는 사람들을 아우르는 리더십도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은 리더가 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사람들을 바르게 대하고 이끌어야 한다. 그러면 직원들은 자연스럽게 리더를 따르게 되고 자연스럽게 일이 진행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리더는 일이 아닌 사람을 운영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자신의 리더로서 문제점을 한 번쯤 생각해 보고 어떤 형태의 리더십을 추구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면 스스로의 리더십에 대한 정립이 되지 않을까 한다.
김소영/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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