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양어린이 제공 |
가로등을 밝히는 사람
아리네 삭스 지음│안 드 보더 그림│최진영 옮김│지양어린이
매일 밤, 한 남자가 죽마를 타고 도시의 가로등에 불을 켠다. 골목골목을 누비는 그는 도시 사람들을 창문 너머로 바라보며, 그들의 사정을 알게 된다. 한 여성은 짝사랑하는 남성에게 편지를 보내지만 답장이 오지 않아 괴로운 나날을 보낸다. 다른 집의 아이는 일터에서 돌아오지 않는 아빠를 밤늦도록 기다리고, 어느 노부부는 자식을 잃은 슬픔으로 삶의 의욕을 잃어버렸다. 가족을 떠나 말이 통하지 않는 외국에 혼자 와 있는 남자, 중병을 앓는 아내를 힘겹게 간호하는 남편도 있다. 불안하고, 고통스럽고, 외로운 시간을 보내는 그들을 보며 가로등을 켜는 사람도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어둠을 밝힌 가스등은 밝은 빛으로 밤에도 많은 활동을 하게 해줬지만, 어둠에 구애받지 않고 일을 할 수 있게 되면서 노동시간도 늘어나게 했다. 그림책 속 아이의 아버지도 일하느라 밤늦게까지 퇴근하지 못한다.
가로등을 켜는 사람은 괴로움을 겪는 그들에게 편지를 하나씩 써서 보내고, 그 편지는 외로운 사람들이 꽁꽁 언 마음의 문을 열고 나오게 한다. 그들이 한자리에 모인 장면은 책 속 외로움의 한기에 떨었던 독자들의 마음도 녹게 한다.
타인의 마음 속 어둠을 밝혀주고, 가로등을 켜는 사람은 편안하게 잠이 든다. 정감 넘치는 고전적인 그림은 인물들의 표정을 섬세하게 묘사해 그들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끼게 한다. 겨울이기에 더욱 따뜻하게 느껴지는 사람 사이의 온정이 책장 너머로 전해진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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