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 제공 |
유영석 지음│안소민 그림│창비
'네모난 침대에서 일어나 눈을 떠 보면 / 네모난 창문으로 보이는 똑같은 풍경 (…) 네모난 학교에 들어서면 / 또 네모난 교실 네모난 칠판과 책상들 / 네모난 오디오 네모난 컴퓨터 TV / 네모난 달력에 그려진 똑같은 하루를 / 의식도 못한 채로 그냥 숨만 쉬고 있는걸'
1996년 발표된 '네모의 꿈(유영석 작사.작곡, '화이트' 3집 수록)'은 동화를 연상시키는 발랄한 노랫말과 멜로디로 대중적인 사랑을 받았다. 이후 중학교 교과서와 동요 앨범에도 수록되면서 90년대에 학창 시절을 보낸 부모 세대뿐 아니라 오늘날의 어린이에게도 친숙한 곡이 됐다.
그 '네모의 꿈'이 네모난 책이 되어 나왔다. 창비의 노랫말 그림책 시리즈 중 세 번째인 책은 정사각형 판형으로 물성 자체로 네모난 세계를 강조했다. 노래 가사를 구현한 그림은 온통 네모난 풍경들로 가득 채워졌다. 특히 '올림피아드 학원' '명품 과학 학원' 등 학원 간판으로 빽빽한 장면은 입시전쟁의 모난 세상 속 주인공 아이의 갑갑한 마음이 잘 드러난다.
안소민 작가는 그런 아이에게 동그란 상상의 세상을 열어준다. 아이가 불던 분홍색 풍선껌이 점점 커지면서 그 너머로 보이는 세계는 분홍색 동그라미 물결이 넘실댄다. 다채로운 상상과 무궁무진한 잠재력으로 가득한 어린이의 마음결이 물결을 타고 독자들에게도 미소를 짓게 한다. 어린이의 둥근 마음과 반짝이는 꿈에 힘을 실어 주는 책. 학창시절을 물들였던 '네모의 꿈' 노래를 들으며 그때의 자신을 추억할 수 있었다는 작가의 말처럼, 그림책 '네모의 꿈'도 책장을 펼친 누군가의 일상을 물들이고야 만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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