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일보가 1960년 경자년을 맞아 구독자들에게 배포한 것으로 보이는 달력이다. |
2019년 마지막 달력을 한 장 남겨두고 뜻밖의 소식이 들려왔다. 대전도 아닌 서울에 중도일보 제호가 찍힌 달력이 있다는 이야기다. 당혹스럽지만 그래도 반가운 소식에 한달음에 서울로 향했다.
김종영(새한티엠씨 연구소장·한국전통문화교육원 강사) 씨는 60년 전 인쇄된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세월의 흔적조차 없는 깨끗한 종이 한 장을 꺼냈다.
달력이다. 1월부터 12월이 한 장에 담겼다. 가로 25.6㎝, 세로 38.7㎝로 A4용지보단 조금 크고, A3용지보다는 조금 작다. 그렇지만 달력을 보기에는 전혀 불편함이 없다.
달력 오른편에는 초창기 중도일보 제호가 큼직하게 박혀있다. 한반도 지도 위에 쓰인 한자 제호는 중도시대를 열자는 굳건한 패기와 의지가 튀어 오르는 듯 강렬하다.
제호 밑으로는 발행소 중도일보사, 대전시 선화동 380번지 주소와 전화번호까지 쓰여있다. 주소 아래에는 펜촉을 형상화한 중도일보의 CI와 1960년 경자년이 쓰여있다.
김종영 씨는 "1960년, 달력을 발행한 건 1959년일 텐데 그 당시는 전쟁 후라 경제가 어려웠을 겁니다. 중도일보는 그 어려운 시대에 창간된 만큼 신문을 구독하는 독자들에게 달력을 제공하는 역할까지 맡았던 것이 아닐까요"라고 추측했다.
이 달력은 2017년 무렵 김종영 씨 손에 우연히 들어왔다. 충남고 15기로 대전에서 고등학교를 다녔던 김 씨에게 중도일보가 낯선 이름이 아니었던 것이 인연의 시작됐다.
김 씨는 건축을 공부했다. '한국의 관아' 분야에서는 국내를 대표하는 전문가다. 옛 관아 사진과 자료를 수집하면서 대전과 공주, 금산 등 고향과 같은 도시의 근대 자료도 자연스럽게 모으게 됐다. 그리고 우연히 경매에서 중도일보가 제호가 쓰여있는 달력을 만났다. 치열한 경쟁 끝에 달력은 김 씨에게로 왔다.
김종영 씨는 "시기적으로 볼 때 1960년 달력이니까 60년 만에 돌아온 경자년처럼 2020년에 공개하는 것이 좋겠더라고요. 중도일보 신문사는 물론이고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달력을 공개합니다"라고 말했다.
달력은 한 장이지만 구성이나 디자인으로 볼 때 꽤 고심한 흔적이 느껴진다. 그 당시 보기 힘든 컬러 인쇄는 물론이고 색 배열이나 구성을 엇갈리게 배치한 편집도 특색이 있다.
김종영 씨는 "달력의 상태로 봤을 때 아주 소중하게 간직한 것으로 보여요. 왼편이 조금 훼손됐지만 컬러도 바래지 않았어요. 중도일보가 달력을 발행한 건 뉴스를 전하는 신문사의 역할을 넘어 그 이상의 것이 있었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해미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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